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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반려동물의 건강 관리가 단순한 진료를 넘어 ‘맞춤 처방’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반려동물 맞춤형 약물 조제를 전문으로 하는 ‘컴파운드(compounding) 약국’이 빠르게 늘어나며 수의학 분야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의 인체용 의약품을 단순히 용량만 줄여 사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개별 반려동물의 체중, 종, 질환 특성, 복용 순응도 등을 고려해 최적의 조합으로 약을 조제하는 방식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컴파운드 약국은 수의사의 처방을 기반으로 약사가 직접 복용 가능한 제형과 농도를 조정하는 맞춤형 조제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고양이는 쓴맛에 민감하기 때문에, 동일한 약이라도 향미제를 첨가하거나 액상 제형으로 만들어 복용을 돕는다. 또 소형견이나 노령견은 간·신장 대사가 약해 부작용 위험이 높기 때문에, 체중과 장기 기능을 고려한 저용량 조제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세밀한 약물 설계가 가능해지면서, 반려동물 치료의 완성도와 안정성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반려동물의 의료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사회적 흐름이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진료비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2% 이상 성장했으며, 특히 맞춤형 처방 조제 시장은 전체의 약 8%를 차지하며 새로운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동물병원은 인체용 의약품을 일부 대체 사용했지만, 약물 반감기나 체내 대사 경로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효능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수의사와 약사가 협력해 반려동물 전용 제형을 개발하고, 조제 과정을 표준화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 캐나다, 일본 등에서는 이미 컴파운드 약국이 반려동물 처방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미국약국협회(APhA)는 2023년 보고서에서 “반려동물 맞춤 조제 시장은 향후 5년 내 2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약사법과 수의사법의 교차 영역에서 제도적 정비가 진행 중이며, 일부 약국은 동물병원 내 협업 형태로 진출해 실시간 처방·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동물환자의 진료 효율성을 높이고 보호자의 편의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모델로 평가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단순히 약물의 형태나 용량을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개체 맞춤형 치료’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한 약물 대사 예측, 장내 미생물에 기반한 약물 반응 평가 등 정밀의학 개념이 수의학에도 접목되며, 향후 컴파운드 약국은 단순 조제기관이 아닌 ‘반려동물 약물 컨설팅 센터’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보호자의 인식 변화도 시장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펫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트렌드가 강화되면서, 보호자들은 단순히 약을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주는가’에 주목하고 있다. 약의 맛, 제형, 복용 주기, 부작용 관리까지 세밀하게 조정되는 맞춤형 약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향후 동물병원과 약국 간의 협업 구조가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약물 안전성 데이터 축적, 수의용 표준 조제 지침 마련, 약국 내 동물용 의약품 전용 관리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수의사와 약사가 ‘같은 환자’를 중심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반려동물 맞춤 처방 시장은 의료 전문직 간의 새로운 융합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