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취준 길어지니까 이상하게 연애나 결혼 얘기만 나오면 마음이 먼저 쪼그라들어요. 예전에는 그냥 좋아하면 만나고, 잘 맞으면 오래 가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결혼도 생각하는 거라고 되게 단순하게 봤거든요. 근데 지금은 누굴 좋아하는 감정보다도 내가 지금 누굴 만날 형편이 되나부터 따지게 돼요. 자존감이 바닥일 때는 연락 하나에도 괜히 위축되고, 상대가 나를 사람 자체로 좋아해도 저는 자꾸 제 상황부터 들킬까 봐 겁나요. 취업 못 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연애도 사치처럼 느껴지는 게 좀 서글퍼요.

주변 보면 다들 “좋은 사람 만나면 같이 버티면 되지” 이런 말 쉽게 하는데, 그 말이 맞으면서도 저한테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더라고요. 누군가를 좋아하면 기대게 되는 순간도 생기잖아요. 근데 저는 그게 너무 미안해요. 아직 제 삶도 안정 못 시켰는데 누군가 인생에 들어가서 감정적으로든 현실적으로든 짐이 될까 봐요. 그래서 마음이 가도 괜히 한 발 빼고, 잘해보려다가도 갑자기 식은 척하게 되고요. 이런 식으로 스스로 망친 적도 있어서 더 겁나요.

결혼은 더 복잡해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결혼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건 아닌데, 지금 상태의 저로는 너무 먼 이야기 같아요. 사랑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돈, 일, 생활습관, 가족 문제까지 다 엮이니까요. 가끔은 안정된 직장 있는 사람들끼리 만나야 덜 불안한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어요.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조건부터 보게 되는 제가 너무 각박한 사람 같아서 싫고요. 그냥 편하게 좋아하고 싶고, 미래 얘기도 웃으면서 하고 싶은데 현실감각이 먼저 튀어나와서 스스로 기분을 망쳐요.

혹시 저처럼 취준 길어지면서 연애 생각까지 같이 꼬여버린 사람 있어요? 제가 너무 겁이 많은 건지, 아니면 이 시기엔 다들 비슷한 건지 궁금하네요. 누굴 만나기 전에 제 상태부터 좀 덜 흔들리게 만드는 게 먼저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급하게 결론 내리기보다는, 제 마음이 왜 이렇게 불안한지 천천히 들여다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다들 연애랑 현실 사이에서 어디까지 타협하는지 좀 듣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