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이 일 해보신 분들은 공감하실 텐데요, 하루 일정이 예쁘게 흘러가는 날보다 꼬일 때가 훨씬 더 사람 진 빠지게 하잖아요. 저는 얼마 전에 오전부터 병원, 의원, 약국 동선 촘촘하게 잡아놨다가 아주 제대로 한 번 꼬였었어요. 첫 방문처에서 원장님 수술 들어가셔서 대기, 다음 거래처는 담당자 부재, 그다음은 점심시간이랑 겹쳐서 허탕이었거든요. 겉으로는 “아유 괜찮습니다~ 다음에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하고 웃는데, 속으로는 ‘오늘 차라리 집에서 CRM 정리할걸’ 싶더라고요.

근데 더 웃긴 건 꼭 그렇게 꼬이는 날에 예상 못 한 한 방이 있더라고요. 오후 늦게 거의 반포기 상태로 들른 곳에서 예전에 한 번 뵀던 선생님이 저를 기억해주신 거예요. “지난번에 설명 깔끔하게 하시던 분 맞죠?” 이 한마디 들으니까, 아 이래서 꾸준히 얼굴 비추는구나 싶더라고요. 제품 얘기도 결국은 관계 안에서 들어가는 거지, 무작정 자료만 들이민다고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물론 정보 전달이 실제 진료나 복약상담에 도움이 될 수 있어야 의미가 있겠지만요. 그날은 매출이 바로 난 것도 아닌데 괜히 마음이 좀 풀렸습니다.

MR 하다 보면 진짜 체력보다 멘탈 관리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하루 종일 거절 비슷한 반응 몇 번만 받아도 사람이 은근히 작아지잖아요. 특히 거래처에서 바쁘다고 툭 끊기거나, 이미 타사랑 얘기 끝났다는 말 들으면 “예예, 알겠습니다”는 나오는데 차에 타면 한숨부터 나와요. 저는 그래서 요즘은 허탕 친 곳도 그냥 기록을 좀 더 디테일하게 남깁니다. 누가 바빴는지, 어떤 분위기였는지, 다음엔 어느 시간대가 나을지요. 그게 쌓이니까 괜히 덜 억울하더라고요. 적어도 망한 방문이 그냥 망한 걸로 끝나진 않으니까요.

혹시 여기 계신 분들은 일정 다 꼬인 날 멘탈 어떻게 잡으세요? 저는 아직도 오전 3연허탕 맞으면 표정관리부터 흔들립니다. 능글맞게 웃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요. 그래도 이 바닥이 참 묘한 게, 그렇게 고생한 날 한 군데에서 사람답게 말 한마디 들어주면 또 다음날 가방 메고 나가게 되네요. 진짜 다들 그렇게 버티시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