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슬비예요. MR 일하면 다들 제품 설명만 살짝 하고 우아하게 나오는 줄 아시는데요, 현실은 그 반대인 날이 더 많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오전부터 경기 쪽 ○○대학병원 들렀다가,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바로 분당 ○○내과 쪽으로 넘어갔어요. 일정표만 보면 “어? 오늘 좀 괜찮겠는데요?” 싶었는데, 꼭 그런 날이 제일 안 괜찮더라고요. 첫 병원에서는 교수님 회진이 길어져서 대기만 한참 했고, 두 번째 일정은 원장님 환자 몰리셔서 또 밀리고요. 결국 복도 의자에 앉아서 물 한 병으로 버티는데, 그 순간만큼은 제가 영업인지 수행수행자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도 이런 일 하다 보면 웃긴 포인트가 꼭 있어요. 바쁘신 와중에도 어떤 선생님은 “아직 안 가셨어요?” 하고 먼저 말 걸어주시거든요. 그 한마디가 묘하게 사람 살려요. 반대로 어떤 날은 겨우 3분 말씀드리려고 기다렸는데, 막상 들어가서는 준비한 말 절반도 못 하고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예전엔 그럴 때 괜히 제가 부족했나 싶었는데, 요즘은 그냥 병원 흐름이라는 게 있구나 싶어요. 외래, 처치, 보호자 응대까지 겹치면 저희 타이밍이 안 맞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괜히 혼자 상처받을 필요는 없더라고요, 참 능글맞게도 이제는 그렇게 버팁니다.
근데 제일 진 빠지는 건 설명 자체보다도 “어떻게 말해야 안 부담스럽고, 또 필요한 정보는 놓치지 않을까” 그 줄타기 같아요. 의료진 입장에서는 이미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오니까요. 괜히 길게 말하면 방해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요즘 짧고 핵심만 드리되, 필요한 경우에만 더 풀어드리려고 해요. 선생님들 진료 흐름 안 끊는 게 결국 제일 중요하더라고요. 뭐든 현장에서 바로 도움이 될 수 있어야 들으시는 분도 덜 피곤하고요.
여기 계신 분들 중에 병원에서 외부 미팅 잡히는 입장이신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솔직히 어떤 방식이 제일 덜 피곤하신가요? 미리 요점만 적어서 드리는 게 나은지, 아예 짧게 대면으로 끝내는 게 나은지 늘 고민이거든요. 저희도 최대한 눈치 있게 움직인다고 움직이는데, 가끔은 “아, 오늘은 그냥 공기처럼 지나가야 했는데요” 싶은 날이 있어서요. 다들 일하면서 이런 애매한 줄타기, 어떻게 하고 계신지 좀 궁금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