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하고 얼마 안 됐을 때는 내가 느린 줄만 알았어요. 손이 굼뜬가, 센스가 없는가, 왜 나만 맨날 혼나나 싶어서 퇴근하고 집 가서도 머릿속으로 인계 다시 돌려보고 그랬거든요. 근데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는 게 아니라 그냥 매일 겁부터 나는 거예요. 출근길에 배 아프고, 엘베 문 열리기 전에 심장부터 뛰고. 아직 아무 일도 안 했는데 이미 혼날 준비부터 하고 들어감 ㅠㅠ

제일 힘든 건 실수 하나 나오면 그걸 그냥 일로 안 끝내고 사람 자체를 바보 만들어버리는 분위기... 한 번 놓친 거 있으면 그날 내내 말투가 달라져요. “그것도 모르냐” “학생도 그것보단 낫겠다” 이런 말 듣고 있으면 귀로는 듣는데 머리는 하얘짐. 옆에 사람들 다 있는데 큰 소리로 그러니까 진짜 숨고 싶더라구요. 그 순간엔 죄송하단 말도 제대로 안 나와요. 입이 얼어붙음.

더 웃긴 건 바빠 죽겠는데 제대로 알려주진 않아요. 물어보면 눈치 없단 표정부터 하고, 안 물어보고 하면 왜 멋대로 하냐고 하고. 대체 어쩌라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음ㅋㅋ 신규는 원래 부족한 거 아닌가요. 처음부터 척척 다 해내면 그게 신규인가... 근데 여기선 못하면 죄인 취급이고, 모르면 민폐 취급이고, 힘들다고 하면 정신력이 약한 애가 됨.

얼마 전엔 나이트 끝나고 탈의실에서 진짜 가만히 앉아서 못 움직였어요. 울 힘도 없고 그냥 멍하니. 환자한테 잘하고 싶어서 버티는 건데 정작 사람을 돌보는 곳에서 직원은 하나도 안 돌보는 느낌이라 너무 허무했어요. 집 와서 씻다가도 갑자기 눈물 나고, 자려고 누우면 콜벨 소리 환청처럼 들리고. 잠이보약 맞는데 잠도 못 자겠더라구요.

제일 서러운 건 내가 원래 이렇게 겁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는 거예요. 전엔 말도 잘하고 싹싹하단 소리 들었는데 요즘은 누가 내 이름만 불러도 움찔해요. 아직도 출근 전에 유니폼 만지면 한숨부터 나옴. 오늘도 별일 없었으면 좋겠다, 제발 조용히 지나가라 그 생각만 하면서 버티는 중... 이게 맞나 싶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