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O 영업 시작했을 때는 제품 공부만 열심히 하면 어느 정도 풀릴 줄 알았어요. 근데 막상 현장 돌다 보니까 제일 먼저 배우는 건 약이 아니라 사람 상대하는 법이더라고요. 원장님 스타일 다 다르고, 실장님 한마디에 분위기 갈릴 때도 많고, 어제까지 괜찮던 거래처가 오늘은 차갑게 나오는 일도 있어서요. 처음엔 괜히 내가 뭘 잘못했나 싶었는데, 몇 년 하다 보니까 그냥 이 바닥은 감정 기복에 일희일비하면 본인만 닳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일 힘들었던 건 열심히 뛰어도 숫자가 바로 안 나올 때였어요. 밖에서 보면 영업은 말 잘하면 되는 줄 아는데, 실제로는 타이밍이 훨씬 중요했어요. 의사 선생님 관심사랑 환자 흐름, 처방 패턴, 기존 거래 관계까지 다 걸려 있으니까 내가 하루 이틀 잘한다고 바로 바뀌는 구조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후배들한테도 “열심히만 하지 말고 기록하면서 하라”고 해요. 어디는 왜 안 먹히는지, 누구를 통해 말이 들어가는지, 언제 반응이 달라졌는지 적어두면 나중에 덜 허무해요. 감으로만 하면 진짜 멘탈부터 깨져요.
그리고 이 일 하면서 제일 현실적으로 느낀 건,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것보다 편한 사람으로 남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너무 들이대면 부담스럽고, 너무 굽히면 만만하게 보는 경우도 있거든요. 적당한 거리 유지하면서 필요한 말만 정확히 하는 쪽이 오래 가는 것 같아요. 괜히 친한 척하다가 선 넘는 사람들 많이 봤고, 그런 스타일은 결국 거래처도 피곤해하더라고요. 영업은 결국 신뢰 싸움인데, 신뢰가 꼭 싹싹함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꾸준함, 약속 시간 지키는 거, 말 바꾸지 않는 거 이런 게 더 크게 먹혔어요.
가끔 현타 올 때도 있죠. 날씨 더운데 밖에서 시간 버리는 느낌 들고, 실적 압박 오면 사람 자체가 초라해지는 날도 있어요. 그럴 때 저는 그냥 이 일에 너무 의미부여 안 하려고 해요. 잘되면 좋은 거고, 안되면 구조적으로 안 되는 데도 있다는 식으로 좀 분리해서 보려고요. 그래야 오래 버티더라고요. 여기 계신 분들은 일하면서 제일 현타 왔던 순간이 언제였나요? 저는 솔직히 열 번 방문하고도 “다음에 보시죠” 듣는 날이 제일 허무했어요. 그래도 또 다음 날 나가긴 하더라고요. 먹고살아야 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