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분명 퇴근은 했는데요, 몸만 집에 온 느낌 아시죠... 저는 치과 치위생사인데 유독 바빴던 날은 샤워하고 누워도 자꾸 오늘 환자분들 얼굴이 하나씩 떠올라요. 스케일링하면서 아파하셨던 분, 설명드릴 때 고개는 끄덕이셨는데 표정이 좀 불안해 보이던 분, 예약 잡아드리면서도 뭔가 더 챙겨드렸어야 하나 싶은 분까지요. 낮에는 정신없이 움직이느라 괜찮은데 꼭 퇴근하고 나면 생각이 뒤늦게 몰려오더라고요.

특히 오늘은 진료 체어 정리하면서도 “내가 아까 그 말투가 너무 급했나?” 이런 생각이 계속 남았어요. 사실 현장에서는 한 명만 보는 게 아니니까 속도도 중요하고, 다음 진료 준비도 해야 하고, 중간중간 보호자 질문까지 들어오면 머리가 진짜 여러 갈래로 찢어지는 느낌이잖아요. 근데 또 집에 오면 내가 좀 더 다정하게 말할 수 있었을 텐데, 조금 더 편하게 설명드릴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왜 그렇게 아쉬운지 모르겠어요. 일할 때는 씩씩한 척하는데 퇴근 후에 혼자 반성회 열리는 거 저만 그런가요.

웃긴 건 손은 이미 내일 준비 모드예요. 내일 예약표 머릿속으로 다시 떠올리고, 까다로울 수 있는 케이스 미리 상상하고, 혹시 빠뜨린 거 없나 체크하고... 이게 책임감이라고 하면 멋있어 보이는데 솔직히 그냥 머리가 일을 안 놔주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요즘은 집 가는 길에 일부러 아무 생각 없이 음악 듣거나, 손 많이 가는 간식 말고 그냥 따뜻한 거 하나 마시면서 강제로 템포를 늦춰보는 중이에요. 완전히 해결되진 않아도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