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약국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실지 모르겠는데, 저는 퇴근하고 집에 와도 하루가 바로 안 끝나는 느낌이 자주 들어요. 문 닫고 정리까지 다 했는데도 “아까 그 처방에서 이 용량 다시 한 번 봤어야 했나?”, “그 보호자분께 설명을 조금 더 쉽게 했어야 했나?” 같은 생각이 계속 맴돌더라고요. 실제로 문제 없이 넘어간 날에도 꼭 하나씩 떠오르니까, 몸은 집에 왔는데 머리는 아직 약국에 남아 있는 기분이에요.
특히 바쁜 날은 더 심해요. 조제, 복약지도, 전화 응대가 한꺼번에 몰리면 그때는 어떻게든 다 해내는데, 오히려 퇴근 후에 하나씩 장면이 다시 재생돼요. 환자분 표정이나 말투까지 생각나면서 “내가 너무 급하게 말한 건 아니었나” 싶고요. 이게 책임감 때문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도 있겠지만, 매일 반복되니까 은근히 피로가 쌓이는 것 같아요. 잠들기 전에까지 머릿속으로 업무 복기하는 습관이 계속되면 쉬는 시간에도 긴장이 안 풀려서 컨디션 관리에 방해가 될 수 있어요.
저는 요즘 퇴근 직전에 그날 걸렸던 포인트를 짧게 적어두는 식으로 정리해보고 있어요. “확인 완료”, “내일 한 번 더 체크”, “설명 방식 바꿔보기” 이렇게 구분해두니까, 적어도 집에 와서 같은 생각을 빙빙 돌리는 시간은 조금 줄더라고요. 완전히 해결되는 건 아닌데, 머릿속에서 막연하게 불안하게 남아 있는 것보다는 눈에 보이게 정리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그리고 퇴근 후에는 일부러 약국 얘기 말고 완전히 다른 걸 보려고 하는데, 이것도 생각 끊는 데는 조금 낫긴 했어요.
혹시 여기 계신 선생님들은 이런 퇴근 후 복기 어떻게 정리하세요? 저만 유독 이런 건지, 아니면 다들 어느 정도는 안고 가는 건지 궁금하네요. 책임감이 있는 건 좋은데 그게 일상까지 너무 길게 끌고 오면 좀 지치잖아요. 약국 문은 닫았는데 머릿속 셔터가 안 내려가는 날, 다들 어떤 식으로 끊어내시는지 후기 좀 듣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