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쪽 일하는 분들은 다 비슷하겠지만, 몸은 퇴근했는데 머리는 아직 근무 중인 날이 있더라고요. 저는 CSO 영업 뛰다 보면 낮에 들었던 말들이 밤에 더 선명해집니다. 원장님 반응이 애매했던 순간, 괜히 한마디 더 했던 장면, 이번 달 숫자 압박, 거래처 분위기 같은 게 집에 와서도 계속 맴돌아요. 겉으로는 “오늘도 끝” 하고 들어오는데 실제로는 하나도 안 끝난 느낌이죠.

예전엔 이걸 내가 책임감이 강해서 그런가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냥 피로가 생각으로 새는 거더라고요. 피곤하니까 정리가 안 되고, 정리가 안 되니까 같은 생각만 빙빙 도는 거예요. 특히 사람 상대 많이 하는 직군은 더 그럴 수 있어요. 말 한마디, 표정 하나를 계속 복기하게 되니까요. 근데 그 생각들, 밤에 붙잡고 있어 봐야 갑자기 답이 나오진 않더라고요. 오히려 다음 날 컨디션만 깎아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퇴근 후에 머리 안에서 처리하지 말고 밖으로 빼는 쪽으로 바꿨어요. 메모장에 “내일 확인할 거 3개”만 적고 끝냅니다. 길게 반성문 쓰면 더 잠 안 와요. 그리고 오늘 일 중에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거랑 없는 거를 좀 얄밉게 끊어버립니다. 거래처 마음, 시장 분위기, 타이밍은 내 뜻대로 안 되잖아요. 반대로 내일 말투, 준비, 동선은 손볼 수 있고요. 이 구분만 해도 생각이 덜 질척거렸습니다.

혹시 저처럼 퇴근 후에도 계속 일 생각 도는 분들 있나요. 다들 어떻게 끊으세요? 운동으로 푸는 분도 있을 거고, 그냥 한잔하고 자는 분도 있을 텐데 그것도 잠깐은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다만 너무 오래 끌면 결국 내가 소모되더라고요. 일은 현실적으로 해야 하지만, 머리까지 24시간 영업 돌리면 오래 못 갑니다. 적당히 끊고, 적당히 넘기는 것도 진짜 능력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