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다녀오면 끝난 줄 알았거든요? 저는 맨날 그랬어요. 진료 받고 약 타고 오면 아 이제 해결됐다 싶어서 집 오자마자 옷도 안 갈아입고 대충 누워버렸는데, 이상하게 그날 밤부터 더 컨디션이 확 떨어지더라고요. 아 근데 그러고보니 병원 가는 날은 괜히 긴장해서 물도 잘 안 마시고 밥도 대충 먹게 되잖아요. 저는 그것도 한몫했던 것 같아요. 예전엔 그걸 몰라서 왜 더 아프지 싶었음 ㅠㅠ
한 번은 주사 맞고 와서 괜찮겠지 하고 바로 장 봤어요. 그날따라 할인한다고 괜히 무겁게 사 들고 왔는데, 집 와서 팔이 욱신거리는 거예요ㅋㅋ 진짜 내가 왜 그랬나 싶더라구요. 병원에서 분명 무리하지 말라 했는데 저는 꼭 그런 말 들으면 아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혼자 판단함. 그러고 저녁쯤 되니까 몸살 오는 것처럼 퍼져서 결국 약 먹고 일찍 누웠어요. 괜히 하루를 두 번 아픈 느낌...
그래서 그 뒤로는 병원 다녀온 날은 그냥 일정 자체를 비워놔요. 집 오면 일단 손 씻고 옷 갈아입고 물부터 마셔요. 별거 아닌데 이거 안 하면 몸이 계속 붕 떠 있는 느낌이더라구요. 그리고 약 봉투 받은 거 바로 식탁 위에 올려놓고 알람 맞춰놔요. 저 진짜 건망증 좀 있어서 조금만 쉬었다 먹어야지 했다가 까먹은 적 많거든요. 아 근데 그러고보니 약은 밥 먹고 먹으라는데 입맛 없어서 안 먹고 버티는 것도 진짜 안 좋았어요. 꼭 뭐라도 조금 넣고 먹는 게 낫더라구요.
제일 별로였던 건 괜찮은 척하는 거였어요. 병원 갔다 왔으면 몸이 이미 신호 보낸 건데 집 와서 청소하고 빨래 개고 그러면 더 길게 가요. 저는 이제 그냥 인정해요. 그날은 회복하는 날이다, 사람도 좀 예민할 수 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괜히 부지런 떨다가 다음날까지 망치는 것보다 그게 훨씬 나았어요. 진짜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병원 다녀온 뒤엔 쉬는 게 치료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