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집 애 때문에 미치겠어요 ㅠㅠ 산책만 나가면 세상 제일 얌전한 척 다 하고, 엘베 앞에서도 가만히 앉아 있고, 신호 기다릴 때도 줄 팽팽하게 안 당기고 제 쪽만 올려다보는데 그 눈빛이 너무 뻔뻔해서 더 열받음ㅋㅋ 내가 얼마나 붙잡고 가르쳤는지 얘는 알까 싶고
문제는 밖에서 다들 어머 너무 착하다, 애가 어쩜 저렇게 차분하냐 한마디씩 하잖아요. 그럼 얘가 또 알아듣는지 어깨에 힘 들어가서 살짝 꼬리 흔들고 앉아 있음. 아니 집에서는 양말 물고 도망가고 혼자 신나서 우다다 해놓고 왜 밖에선 모범생 코스프레를 그렇게 잘하는데 진짜 얄미워
근데 또 그런 순간 보면 속상한 것도 잠깐이에요. 출근 전에 지쳐서 대충 나갔던 날도 얘 하나 반듯하게 걷는 거 보고 이상하게 마음이 좀 가라앉더라구요. 내가 망쳐놓은 하루도 얘는 안 망치고 걷는 느낌? 그러니까 더 자랑하고 싶고 더 억울하고 ㅋㅋ 하여튼 우리집 애는 저를 약 올리는 쪽으로 너무 잘 컸어요
이런 애 데리고 사는 사람 마음이 뭔지 알겠죠. 남들은 훈련 잘됐다 한마디로 끝내는데 나는 그 뒤에 있었던 새벽 산책이랑 젖은 간식주머니랑 민망했던 실수들까지 다 생각나서 괜히 울컥함. 아 진짜 얘 때문에 힘들다 해놓고 또 사진첩 보고 있는 나도 참 답 없네요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