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별거 아닌데 자꾸 생각나서 적어봐요. 우리집 강아지가 원래 아침마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베란다 쪽 가서 햇빛 드는 자리 차지하는 거거든요. 근데 제가 요즘 집에서 샐러드 볼 꺼내고 과일 씻으면 그 소리 듣고 슬금슬금 와서 옆에 딱 붙어 앉아요. 먹겠다고 덤비는 타입은 아닌데, 그냥 자기도 같이 하루 시작하는 느낌으로 보는 게 너무 귀여움 ㅠㅠ
며칠 전엔 제가 바나나랑 오트밀 꺼내놓고 좀 멍때리고 있었는데 얘가 괜히 제 발등에 턱 올리고 한참 있더라고요. 원래는 성격이 은근 독립적이라 혼자 자리 잡고 쉬는 시간이 더 많은 애인데, 그날은 이상하게 계속 붙어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밥 준비하다 말고 바닥에 같이 앉아 있었는데, 그 잠깐이 되게 크게 남았음. 아 이래서 집에 오면 기분이 풀리나 싶고
웃긴 건 사진 찍으려고 폰만 들면 바로 표정이 달라져요. 평소엔 세상 순하고 말랑한 얼굴인데 카메라 켜는 순간 갑자기 “그만 좀 해라” 하는 눈빛 됨 ㅋㅋ 그래서 맨날 실물의 반도 못 담아요. 진짜 귀여운 순간은 다 놓치고, 남는 건 약간 퉁한 얼굴뿐이라 억울함. 근데 또 그 퉁한 표정마저 우리집 애라서 귀엽고요
산책 나가도 그래요. 뛰어다니는 거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꽃 있는 화단 앞에서 꼭 한 번씩 멈춰요. 냄새 맡고, 바람 좀 맞고, 다시 천천히 걷고. 저도 원래 급한 편은 아닌데 얘랑 다니다 보니까 더 느긋해졌어요. 괜히 막 끌고 가기보다 같이 속도 맞추게 되고, 오늘 날씨 어떤지 이런 거 보게 되고. 작은 존재 하나가 집 분위기까지 바꿔놓는 게 신기하더라구요
암튼 그냥 자랑이었어요 ㅋㅋ 엄청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닌데, 물 마시고 하품하고 제 옆에 와서 기대는 그 평범한 순간들 때문에 자꾸 예뻐 보임. 집에서 제일 사랑받는 거 본인도 아는 것 같고요. 오늘도 아까 낮잠 자다 일어나서 머리 삐죽한 채로 걸어오는데 너무 웃겨서 또 사진 백장 찍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