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날엔 진짜 씻는 것도 큰일이잖아요. 저도 퇴근하고 집 오면 침대에 바로 눕고 싶은 날이 많은데, 강아지가 현관 앞에서 꼬리 치고 있으면 이상하게 몸이 조금은 움직여져요. 산책 나가야 하니까 세수라도 하고 옷도 갈아입게 되더라구요. 별거 아닌데 그게 하루를 안 놓치게 붙잡아주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아예 산책 준비를 제일 단순하게 해놨어요. 리드줄, 배변봉투, 얇은 겉옷을 현관 쪽에 몰아두고 가방도 안 챙겨요. 준비 과정 길어지면 마음이 또 꺼져서 못 나가거든요 ㅠㅠ 그냥 신발만 신고 나갈 수 있게 만들어두면 생각보다 덜 버거웠어요. 강아지도 제가 우물쭈물하는 거 귀신같이 알아서, 바로 나갈 수 있는 환경이 제일 낫더라구요.
산책도 길게 안 해요. 예전엔 한 번 나가면 제대로 해야 할 것 같아서 부담이 컸는데, 요즘은 10분만 돌고 와도 됐다 치자 이 마음으로 나가요. 신기한 게 짧게라도 바깥 공기 맡고 오면 머리 안쪽에 끼어 있던 답답함이 조금 풀려요. 강아지는 냄새 맡느라 바쁘고 저는 그 옆에서 그냥 걷기만 하는데, 그 시간이 생각보다 사람 숨 돌리게 해줘요 ㅋㅋ
반려동물이 삶을 확 바꿔준다 이런 말까진 못 하겠어요. 근데 적어도 하루에 한 번, 나 대신 오늘을 시작하게 만드는 힘은 있더라구요. 혹시 요즘 너무 축 처져 있으면 산책을 대단한 일처럼 잡지 말고 진짜 잠깐만 다녀와 보세요. 반려동물은 늘 크게 위로하지는 않아도, 옆에서 조용히 사람을 살려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