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나도 속았지. 고양이 키우면 조용하고 우아하고, 집에서 스르륵 걸어다니는 거 보면서 힐링한다는 그 말. 누가 퍼뜨렸냐 진짜. 이거 보고도 화 안 나면 도인이다. 우리 집 놈 처음 데려왔을 땐 작고 얌전한 척하더니 일주일 지나니까 본색 나오더라. 새벽만 되면 내 얼굴 앞에서 우다다 시작함. 알람보다 정확해. 문제는 출근이 8시인데 얘는 4시 50분부터 하루 시작한다는 거임 ㅋㅋ
한 번은 무시하고 더 자보겠다고 이불 뒤집어썼거든? 그랬더니 발가락에 냅다 사냥 들어옴. 진짜 개빡쳐서 벌떡 일어났는데, 얘는 눈 동그랗게 뜨고 밥그릇 쳐다봄. 딱 봐도 "일어나 병아" 이 표정임. 사료 줬더니 바로 안 먹고 나 쳐다보다가 한 알 먹고 또 도망감. 아니 그렇게 사람 깨워놓고 정작 급한 것도 아니었음. 그냥 지 심심해서 깨운 거더라. ㄹㅇ 팩트.
더 열받는 건 낮에 집 오면 세상 천사처럼 굴어. 소파에 길게 누워서 배 까고 자는데, 그 꼴 보면 내가 새벽에 당한 거 잠깐 까먹음. 그래서 "그래... 귀여우니까 봐준다" 이러다가 밤 되면 다시 후회함. 특히 비 오는 날은 더 심함. 창문 두드리는 소리 나면 지도 신나서 커튼 타고 올라가고, 나는 커튼 붙잡고 "야야야야" 이러고 있음. 집에서 내가 사람인지 경호원인지 모르겠더라 ㅠㅠ
그래도 제일 웃겼던 건 내가 진짜 빡쳐서 방 문 닫고 잤던 날임. 이제 못 들어오니까 조용하겠지 했는데, 문 앞에서 한 10분 긁더니 갑자기 조용해졌거든. 아 드디어 포기했나 했지. 근데 새벽에 방문 여니까 슬리퍼 위에 토해놨더라. 와 이건 우연 아니다 싶었음. 복수의 화신임 그냥. 그날 이후로 내가 졌다. 고양이 키우는 거? 내가 키우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같이 사는 것도 아님. 걍 내가 모시는 중임 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