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트리버 키우는 분들은 다 비슷하실 것 같은데, 얘네는 진짜 하루를 통째로 같이 살아낸다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아침에 눈 뜨면 제일 먼저 와서 얼굴 들이밀고, 제가 대충 씻고 나오면 산책 갈 거냐고 눈빛부터 달라집니다. 저는 원래 좀 느긋하고 움직이는 거 귀찮아하는 편인데, 이 친구 덕분에 억지로라도 밖에 나가게 돼요. 솔직히 비 오는 날이나 피곤한 날은 오늘만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데, 현관 앞에서 꼬리 치는 거 보면 결국 목줄 들게 됩니다. 그렇게 한 바퀴 돌고 오면 저도 괜히 머리가 맑아져서, 사람 하나 살린다 싶을 때가 있어요.

집에서는 더 웃깁니다. 분명 대형견이라 듬직한데 하는 행동은 아직도 애 같아요. 혼자 장난감 물고 와서는 던져달라고 툭 올려놓고, 제가 못 본 척하면 한숨 쉬는 소리까지 냅니다. 밥 먹을 때는 얌전히 누워 있는 척하다가 조금만 방심하면 옆으로 슬금슬금 붙고요. 털 날리는 거, 침 묻는 거, 청소 끝이 없는 거 다 힘들긴 한데 이상하게 그게 또 일상이 되니까 덜 예민해지더라고요. 예전엔 집 어질러지는 거 싫어했는데, 지금은 바닥에 장난감 하나 굴러다니는 게 오히려 집다운 느낌도 납니다.

다만 요즘은 날이 더워져서 산책 시간 조절을 더 신경 쓰고 있어요. 예전처럼 무작정 오래 걷기보다 아침저녁으로 나누고, 중간에 물도 챙겨주는데 확실히 좀 덜 힘들어하는 것 같긴 합니다. 이런 식으로 생활 패턴 맞춰주는 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리트리버는 체력도 좋고 사람 좋아하는 애들이 많아서 같이 지내면 행복감이 큰 대신, 보호자도 생활 리듬이 꽤 바뀌는 것 같습니다. 저처럼 원래 귀찮음 많은 사람도 이렇게 바뀌는데, 다들 집에서는 어떤 식으로 놀아주시나요? 산책 말고 에너지 빼는 방법 있으면 좀 배우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