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저는 길고양이 밥자리 챙기고 TNR 다니는 일이 제 일상의 큰 부분이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시간이 쌓일수록 집에서 같이 사는 고양이랑 보내는 시간도 더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예전엔 그냥 밥 주고 화장실 치우고 놀아주는 정도였다면, 요즘은 표정 하나 움직임 하나를 더 자세히 보게 돼요. 밖에 있는 아이들은 하루하루 경계하면서 살잖아요. 그런 모습들을 계속 보다 보니, 집에서 편하게 자는 애를 볼 때마다 괜히 마음이 뭉클해져요. 별거 아닌데 소파 한쪽에 길게 누워서 배 보이고 자는 모습만 봐도 “아, 이게 진짜 안심하는 거구나” 싶어요.
특히 새벽 시간이 좀 그래요. 제가 원래 새벽형 인간이라 밤늦게 정리하고 있으면 꼭 옆에 와서 앉아 있거든요. 노트북 앞에 자리 잡고 꼬리 끝만 살짝 흔들다가, 제가 손 뻗으면 머리부터 들이미는 그 루틴이 있어요. 밖에서 밥 주고 돌아온 날은 제 냄새 맡고 한참 킁킁거리기도 하는데, 처음엔 질투하나 싶었어요. 근데 시간이 지나니까 오히려 “오늘도 잘 다녀왔냐” 하고 체크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물론 제 착각일 수도 있는데, 그런 사소한 반응들 덕분에 더 많이 대화하게 돼요. 사람들한텐 별말 아닌데 고양이랑 살면 이런 작은 루틴이 하루를 진짜 크게 만들지 않나요.
한편으로는 조금 미안한 마음도 있어요. 밖에 있는 아이들 챙기느라 체력 쓰고 들어오면 집고양이가 놀자고 할 때 바로 못 받아줄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아무리 피곤해도 하루에 10분이라도 꼭 집중해서 놀아주려고 해요. 사냥놀이든, 빗질이든, 그냥 옆에 붙어 앉아 있는 시간이든요. 그런 시간이 아이 안정감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저도 그 덕분에 밖에서 받은 긴장이 좀 풀리고요. 결국 길에서 아이들 돌보는 마음이랑 집에서 한 마리 더 다정하게 보는 마음이 따로 가는 게 아닌 것 같아요.
혹시 저처럼 길아이들 챙기면서 집고양이도 같이 돌보는 분들 계신가요? 바깥 활동하고 들어왔을 때 집애들 반응 어떤지 좀 궁금해요. 유독 냄새 많이 맡는다거나, 더 붙는다거나, 반대로 예민해지는 경우도 있는지요. 저는 요즘 이 애가 저를 위로해주는 건지, 제가 이 애 덕분에 버티는 건지 가끔 헷갈릴 정도네요. 그래도 확실한 건, 반려묘랑 보내는 평범한 하루가 생각보다 훨씬 큰 힘이 된다는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