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데려왔을 때는 제가 얘를 돌보는 줄 알았거든요? 밥 챙기고 물 갈아주고 화장실 치워주고, 딱 그 정도만 생각했어요. 근데 한 달쯤 지나니까 생활이 완전 거꾸로 바뀌더라고요. 제가 고양이 시간표에 맞춰 사는 사람 됐어요 ㅋㅋ 새벽에 우다다 한 번 하면 저도 같이 깨고, 아침엔 눈 뜨자마자 제 혈당 체크보다 애 밥그릇부터 보게 되고요. 제가 원래 아침에 늘 멍했는데, 이상하게 얘 밥 챙길 생각하면 벌떡 일어나져요. 이게 맞나 싶죠?

제일 신기했던 건 집 분위기였어요. 전엔 집에 있어도 그냥 조용하고 좀 휑했거든요. TV 틀어놔도 사람 없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구석에서 꼬리 한 번 지나가는 것만 봐도 살아 있는 집 같아요. 별거 아닌데 싱크대 앞에 서 있으면 뒤에서 야옹 한 번 하고, 소파 앉으면 슬쩍 올라와서 옆에 붙어 있고… 그거 때문에 제가 괜히 말을 하게 돼요. “왜요?”, “배고파요?”, “또 뭐 떨어뜨릴 거예요?” 이러면서요. 저 원래 집에서 이렇게 말 많은 사람 아니었는데요 ㅠㅠ

그리고 제가 그렇게 예민한 사람인 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예전엔 바닥에 머리카락 좀 있어도 내일 치우지 뭐 했는데, 지금은 모래 한 알만 밟혀도 바로 빗자루 들게 되네요. 식물도 고양이한테 위험한 거 있나 찾아보고, 창문도 끝까지 못 열고, 비닐 하나도 대충 못 놔둬요. 귀찮을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그건 안 귀찮아요. 오히려 얘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몸이 먼저 움직여요. 이런 게 책임감이 생긴 건지, 그냥 제가 유난이 된 건지 모르겠네요.

제일 많이 변한 건 제 마음 같아요. 저도 나이 먹으니까 감정 기복 티 안 내고 그냥 넘기는 편이었거든요. 근데 얘가 무릎에 올라와서 골골대면 별일 아닌데도 울컥해요. 제가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좀 길어도 덜 허전하고요. 누가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 이렇게 큰 건지 몰랐어요. 솔직히 처음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만 했는데, 지금은 제가 얘를 데려온 건지 얘가 저를 데려다 키우는 건지 모르겠어요. 다들 이런가요? 저만 이렇게 유난 떠는 거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