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편두통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약 먹기 전에는 그냥 하루가 복불복이었음. 아침에 눈 떴을 때부터 오늘 머리 괜찮을지 먼저 체크하는 게 습관이었고, 조금만 피곤하거나 빛 세거나 냄새 자극 오면 바로 불안해졌음. 나는 예전엔 참고 버티는 쪽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두통 오는 횟수도 늘고 한 번 오면 회복이 너무 오래 걸려서 약 복용 시작했음. 완전히 드라마틱하게 안 아프다 이런 건 아닌데, 생활 패턴이 좀 바뀐 건 확실히 느껴짐.
제일 크게 변한 건 통증 자체보다 “예상 가능성”이 생긴 거였음. 예전에는 약속 잡아놓고도 당일 취소할까 봐 긴장했는데, 지금은 적어도 전처럼 무조건 망한다는 느낌은 덜함. 통증 강도도 아예 10에서 0 되는 건 아니어도, 10으로 치솟던 게 6~7 정도에서 멈추는 날이 좀 생겼음. 그래서 누워서 하루 통째로 날리는 횟수는 줄었음. 대신 부작용인지 모르겠는데 처음엔 좀 멍한 느낌도 있었고, 입맛이 약간 달라진 날도 있었음. 이게 약 때문인지 내가 예민해서 그렇게 느끼는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음.
또 하나 신기했던 건 내가 편두통 때문에 성격까지 날카로워졌었다는 걸 약 먹고 나서 좀 알게 됐음. 안 아픈 날이 늘어나니까 사람 만나는 거 덜 피하게 되고,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던 게 조금 덜해졌음. 물론 생리 전이나 잠 부족할 때는 여전히 터질 때 있고, 커피나 냄새 같은 트리거도 조심해야 해서 약만으로 끝나는 느낌은 아니었음. 결국 약 먹는다고 생활 관리 안 해도 되는 건 아닌 것 같고, 같이 조절해야 도움될 수 있어요 정도로 느끼는 중임.
나처럼 만성으로 가는 사람들은 약 시작하는 거 괜히 겁나잖아. 나도 한동안 버티다가 시작했는데, 적어도 “참는 것만이 답은 아니구나” 싶었음. 물론 약이 사람마다 맞는 게 다를 수 있어서 남한테 무조건 좋다고는 못 하겠고, 나는 아직도 조절 중임. 여기 신경과 갤에 오래 약 복용한 분들 있으면 보통 어느 시점부터 좀 안정됐다 느꼈는지 궁금함. 그리고 부작용 같은 건 초반 지나면 덜해졌는지도 좀 알려주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