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검사 전날부터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잠을 거의 못 잤어요. 다들 금식만 잘하면 된다, 금방 끝난다 이러는데 저는 그 말이 하나도 위로가 안 되더라구요. 금식하는 것도 힘든데 괜히 물 한 모금 마셨나 계속 찝찝하고, 아침 되니까 배는 고픈데 긴장돼서 배고픈 느낌도 이상하게 올라오고... 병원 가는 길 내내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서울이라 병원은 금방 갔는데 제 발걸음은 하나도 안 금방이었음 ㅠㅠ

대기실 앉아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왜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지 모르겠더라구요. 저만 혼자 팔에 힘 들어가 있고 이름 불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고. 간호사분이 많이 떨리시냐고 하는데 거기서 괜히 민망해서 아니요 했거든요? 근데 손이 차갑고 목은 바짝 말라서 제가 봐도 티가 엄청 났을 듯... 수면으로 한다고 해도 그 전에 마취약 넘어가는 느낌이 너무 싫을 것 같아서 그 생각만 계속 했어요.

막상 들어가서는 더 웃긴 게, 겁은 그렇게 먹었으면서 침대 눕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옆으로 누우라고 하는데 그 자세도 어색하고, 입에 무는 거 끼우니까 갑자기 아 진짜 하네 싶어서 더 무서웠구요. 수면이라 금방 잠들겠지 했는데 잠들기 직전 그 찰나가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별거 아닌 몇 초인데 저한텐 되게 길었어요. 괜히 손끝에 힘주고 있다가 정신 놓은 것 같아요.

끝나고 깨서는 목이 좀 칼칼하고 멍했는데, 신기하게도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아 이제 다시는 미루지 말아야지가 아니라 아 괜히 며칠을 이것 때문에 쫄았네 이거였어요ㅋㅋ 근데 또 지금 누가 저한테 한 번 더 하라면 바로 네 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검사 자체보다 기다리는 시간이랑 상상하는 시간이 더 사람을 지치게 하는 느낌... 진짜 별 장면도 아닌데 혼자 영화 백 편 찍은 사람처럼 기운이 다 빠졌어요.

결과 들을 때도 괜히 의사 선생님 표정부터 보게 되더라구요. 별말 없으면 괜찮은 건가 싶고, 종이 넘기는 소리만 나도 또 쫄고. 집 와서는 긴 풀려서 한참 누워 있었어요. 아픈 것보다 무서운 게 더 컸던 하루였던 듯. 누가 예민하다고 하면 할 말은 없는데 저는 이런 검사 앞두면 진짜 사람이 소심해짐... 오늘은 그냥 따뜻한 거 먹고 아무 생각 안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