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되고 한참 지나서야 ADHD 얘기를 들었거든요. 예전엔 그냥 제가 덤벙대고 산만한 사람인 줄만 알았어요. 뭐 하나 시작하면 신나게 들이박는데, 정작 마무리는 자주 놓치고, 해야 할 일은 분명 아는데 몸이 안 따라가고. 그래서 늘 “왜 이렇게 기본적인 게 안 되지?” 이런 식으로 저를 되게 많이 몰아붙였던 것 같아요. 근데 늦게라도 이유를 좀 알게 되니까, 갑자기 모든 게 해결됐다기보다 적어도 저를 욕하는 시간은 조금 줄었어요.

신기한 건, 진단 같은 얘기를 접하고 나서부터 예전 기억들이 줄줄이 다시 보이더라고요. 학교 다닐 때도 집중 못 해서 혼난 건 많은데, 또 관심 있는 건 이상할 정도로 오래 붙잡고 있었고요. 친구들이랑 수다 떨 때는 세상 텐션 높은데, 혼자 해야 하는 일정 정리나 서류 같은 건 꼭 미루다가 막판에 허둥지둥. 예전엔 이걸 다 성격 문제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 내가 게을러서만은 아니었구나” 싶어서 좀 복잡했어요. 솔직히 허탈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억울하기도 했고요.

요즘 드는 생각은, 늦게 알았다고 해서 아예 늦은 건 아닌 것 같다는 거예요. 물론 더 일찍 알았으면 덜 힘들었을 수도 있겠죠. 근데 지금이라도 제 패턴을 알게 되니까 생활을 맞춰보려는 시도는 할 수 있더라고요. 알람 여러 개 쓰고, 해야 할 일을 쪼개 놓고, 너무 거창한 계획 말고 “일단 10분만”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 거요. 이런 방식이 누구한테나 맞는 정답은 아니겠지만, 저한테는 조금 도움이 될 수 있었어요. 예전처럼 의지만으로 해결하려고 할 때보다 덜 지치기도 하고요.

근데 또 궁금한 게 있어요. 저처럼 성인 되고 나서 자기 패턴을 다시 보게 된 분들 있나요? 다들 제일 먼저 바꾼 게 뭐였는지 궁금해요. 저는 아직도 “이제 알았으니 완벽하게 잘해야지” 쪽으로 또 과하게 가려는 버릇이 있어서, 그 마음부터 좀 조절 중이거든요. 혹시 비슷한 분 있으면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듣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