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 일상이 약간 맹물 같은데, 또 자세히 보면 맹물치고는 꽤 웃깁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폰부터 보다가 “오늘은 진짜 생산적으로 살아야지” 해놓고, 정신 차리면 냉장고 문 열고 물만 세 번 마시고 다시 침대에 누워 있음. 누가 보면 집에서 철학하는 줄 알겠지만 그냥 게으른 거임. 서울 살면 뭔가 매일 바쁘고 특별해야 할 것 같은데, 정작 제 하루는 회사-집-편의점 이 삼각형에서 크게 안 벗어나더라. 근데 또 그 편의점 가는 10분이 은근 힐링임. 괜히 신상 음료 구경하고, 안 살 거면서 과자 코너 한 바퀴 돌고, 결국 맨날 먹던 거 집어옴. 인생도 늘 이런 식인 듯. 새로운 인연 찾고 싶다 해놓고 결국 익숙한 패턴 반복.
출퇴근길 지하철에서도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좀 있더라고요. 커플 보면 부러운 것도 부러운 건데, 가끔은 “저 둘도 처음엔 어색했겠지?” 싶어서 혼자 상상함. 저는 소개팅만 잡히면 괜히 혼자 오버해서, 만나기도 전에 머릿속으로 2세 이름까지는 아니고 한 1.5세 정도는 생각했다가, 막상 대화할 땐 “아 네 맞아요 하하” 이러고 끝나는 타입이라… 진짜 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연애를 거창하게 생각 안 하려고요. 그냥 사람 만나는 연습부터 해야 하나 싶음. 근데 또 카페에서 옆자리 사람들 대화 듣다 보면 다들 생각보다 별 얘기 안 하던데, 저는 왜 매번 면접자처럼 앉아 있는지 모르겠음.
최근엔 집 근처 좀 걷는 버릇을 들였는데, 이것도 별거 아닌데 기분이 좀 달라져요. 밤에 바람 좀 부는 날 걸으면 괜히 센치해져서 혼자 노래 듣고, “그래도 오늘 하루는 망하진 않았네” 싶음. 예전엔 소소한 거 챙기는 사람들이 좀 부지런한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안 무너지려고 적당히 붙잡는 루틴 같은 느낌이더라. 저한텐 그게 편의점 커피일 때도 있고, 빨래 갓 끝난 냄새일 때도 있고, 퇴근 후 샤워하고 선풍기 앞에 누워 있는 15분일 때도 있음. 거창한 행복은 아직 모르겠고, 이런 거라도 있으면 하루 버틸 만하더라고요.
다들 요즘 일상에서 “이건 별거 아닌데 은근 좋다” 싶은 거 있음? 저는 진짜 소박하게 사는 중인데도 가끔 웃긴 포인트가 계속 생겨서, 완전히 노잼 인생까진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연애만 빼고요. 그쪽은 아직도 업데이트가 안 됨. 제 썸웨어 버전이 너무 구형인 듯. 그래도 뭐, 이렇게라도 살다 보면 한 번쯤은 패치되지 않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