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퇴근하고 지하철 타고 오는데 맞은편에 되게 차분하게 생긴 커플이 앉아 있었거든요. 둘이 막 엄청 붙어 있거나 그런 것도 아닌데 분위기가 되게 편해 보이는 거임. 괜히 그런 거 보면 모태솔로 경력직인 저는 또 자동으로 상상 들어갑니다. “저 사람들은 처음 만났을 때도 저랬을까”, “썸 탈 때 카톡 텀은 어땠을까”, “처음 밥 먹을 때 무슨 얘기 했을까” 이런 거요. 남 일인데 왜 이렇게 궁금한지 모르겠음. 정작 제 현실은 소개팅 앱 켰다가 사진 한 장 바꾸고 자신감 3% 충전된 척하다가 10분 뒤 삭제 안 한 걸 다행으로 여기는 수준인데.

저는 이상하게 사람 처음 보면 그 사람 실제 성격보다 혼자 설정을 너무 많이 붙이는 편 같아요. 예를 들면 좀 조용해 보이면 “아 말수 적은데 은근 다정한 타입인가?” 하고, 좀 밝아 보이면 “이런 분은 나 같은 사람 심심해서 싫어하겠지” 하고 혼자 드라마 8부작을 찍음. 근데 나중에 보면 완전 딴판인 경우도 많더라고요. 예전에 소개팅 한 번 나갔을 때도 저는 상대가 되게 도도할 줄 알았는데 그냥 낯가림 심한 분이었고, 반대로 편해 보여서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저 혼자만 편했던 참사도 있었음. 제 착각력만 보면 거의 인간형 예고편 제작기임.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는데, 다들 첫인상 보면 어디까지 상상하세요? 그냥 “괜찮다/아니다” 정도로 끝나는지, 아니면 저처럼 혼자 성격이랑 연애 스타일이랑 미래의 카톡 말투까지 만들어버리는지. 그리고 이거 좀 줄이는 방법도 있는지 궁금함. 저는 사람 보기 전에 제 망상이 먼저 뛰어나가서, 정작 대화 시작하면 본체가 버벅거림. 서울 하늘은 맑은데 제 연애운은 늘 미세먼지 주의보라서 이런 거라도 배우고 싶네요. 저 같은 사람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괜히 나만 이러는 거면 그것도 좀 서글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