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리조직검사 과정은 크게 육안 관찰, 슬라이드 제작, 현미경 관찰이라는 세 단계로 나뉩니다.
1. 육안 관찰 과정
인체에서 떼어낸 조직은 병원 병리과로 보냅니다. 병리과에서는 조직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환자 정보와 함께 전산 자료화합니다.
이제 병리의사는 육안 관찰을 시작합니다. 장기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길이, 무게를 측정하고, 질병으로 인해 변화된 부위(병변)을 찾습니다. 이때 병변이 잘 보이도록 여러 방향으로 자르거나, 잉크로 위, 아래, 바깥쪽, 안쪽 등 방향을 표시하거나, 필요하면 사진촬영을 합니다. 병변의 색깔, 개수, 크기, 단면이 단단한지 연한지, 출혈이 있는지, 괴사가 있는지, 주변 조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등을 면밀히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암이 의심되면 림프절 전이 여부를 보기 위해 장기 주변에서 꼼꼼하게 림프절을 찾습니다.
위암을 제거하기 위해 잘라낸 위장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한쪽이 짧은 가죽주머니 모양입니다. 위장 전체의 길이, 무게를 재고 나서 위암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찾아봅니다. 위 특유의 주름진 내부를 자세히 보니, 주름이 끊어지면서 크게 파인 곳이 있고 가운데가 노랗게 썩어가고 있습니다. 이곳의 크기를 재고 칼로 잘라 단면을 관찰합니다. 단단한 두부 같은 회백색 종양이 위장 벽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위장은 위로 식도, 아래로 십이지장과 연결되어 있으니 잘라낸 위장 양 끝 수술 절단면에 종양이 있다면 식도, 십이지장에도 종양이 퍼졌을 수 있으므로 절단면도 반드시 관찰해야 합니다. 병변 부위를 유리 슬라이드에 올릴 수 있는 작은 크기로 잘라 캡슐 그릇에 담으면 육안 관찰 과정이 끝납니다.
2. 조직슬라이드 제작 과정
우리 몸의 일부로 살아있던 조직을 현미경 관찰용 조직으로 바꾸려면 일련의 화학적 처리를 거쳐야 합니다.
우선 포름알데히드라는 저장 용액에 담가 고정합니다. 탈수, 탈지방 등 화학적 처리를 통해 칼로 저밀 수 있을 만큼 단단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보통 이 과정을 순차적으로 해주는 기계를 이용해 최소 12시간 정도 처리합니다. 이 조직을 따뜻한 양초 안에 굳히면 파라핀 블록이 만들어집니다. 이 블록을 자격 있는 임상병리사가 특수한 칼로 휴지만큼 얇게 저밉니다. 이 얇은 조직을 유리 슬라이드에 올려 놓고 양초를 제거한 뒤 두 가지 대조되는 색깔로 기본 염색(hematoxylin-eosin 염색)을 하고 위에 뚜껑 유리를 씌우면 현미경 관찰을 위한 슬라이드가 만들어집니다.
3. 현미경 관찰 과정
이제 병리의사는 다양한 배율의 렌즈를 통해 현미경으로 조직의 모습을 면밀히 관찰합니다. 낮은 배율의 렌즈로 전체 구조를 보고 나서, 높은 배율의 렌즈로 조직의 기본 단위인 세포를 들여다봅니다. 세포의 크기와 모양, 핵의 크기와 모양, 세포 간의 관계, 세포 내부의 구성 물질, 세포 분열 정도, 감염균, 기생충 등 이물질 유무, 염증반응 유무, 혈관형성 정도 등 수많은 모습을 관찰합니다.
이때 전문 자료를 찾아보고, 경험했던 다른 슬라이드를 꺼내 보기도 하고, 다른 병리의사와 같이 보면서 의견을 나누기도 합니다. 크기가 큰 검체의 일부만 슬라이드로 만들어 보는 것이므로, 필요하다면 남아 있는 검체의 다른 부위를 더 잘라서 슬라이드로 제작합니다. 이렇게 하면 보통의 검사에 비해 수일의 시간이 더 걸리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검사 과정은 쉽고 간단해졌지만, 현미경 관찰과 질병 진단이라는 병리의사의 역할은 수세기 동안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수 분만에 결정이 내려지지만, 대부분 전문지식, 경험, 충분한 시간을 들여 신중하게 진단하게 됩니다. 질병의 진단뿐 아니라 조직에서 관찰한 특징(세포의 크기나 모양의 변화, 세포가 분열하는 정도 등)을 함께 기록해 보고합니다.
최근에는 슬라이드를 특수한 스캐너로 스캔하여 컴퓨터 파일로 만든 후 모니터를 통해 진단하는 기법이 활용됩니다. 앞으로 점점 모니터를 보면서 진단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미경으로 기본 염색(hematoxylin-eosin 염색) 슬라이드만을 관찰해서는 진단이 어려울 때, 진단을 내린 후 앞으로 치료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특정 치료에 대한 효과나 질병으로 인한 결과가 어떨지 예측하기 위해 추가 검사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특수염색, 면역조직화학염색, 면역형광염색, 분자병리검사, 전자현미경검사 등 다양한 검사가 있습니다. 보통 추가 검사는 이미 제작한 파라핀 블록을 더 깎아서 시행하지만, 검체의 양이 충분하지 않거나 다 사용했다면 다시 조직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