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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사고나 폭력, 재난 같은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불안하고, 비슷한 상황만 떠올려도 심장이 뛰고 눈물이 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속에서 오래 남아 흔적을 남기는 심리적 외상을 ‘트라우마’라고 한다.


트라우마는 단순한 기억이 아니다. 뇌가 공포를 경험한 순간을 생존 위협으로 판단하면서, 기억과 감정이 비정상적으로 연결되고 고정되는 것이다. 특히 편도체와 해마, 전전두엽 사이의 뇌 연결이 영향을 받아 스트레스 반응이 과도하게 이어지고, 이후에도 비슷한 자극에 과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문제는 트라우마가 단지 정신적인 문제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면, 두통, 만성 피로, 소화불량 같은 신체 증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으며, 심한 경우 대인기피, 우울, 공황장애 같은 정신건강 질환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트라우마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교통사고나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처럼 명백한 사건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 반복된 정서적 학대, 왕따, 가족 간 갈등도 깊은 상처로 남는다. 특히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생긴 무력감은 뇌에 각인되어 수년이 지난 후에도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는 말은 때론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방치된 트라우마는 무의식에 자리잡고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특정 상황에서 극도로 예민해지거나, 이유 없이 불안하고 분노가 치밀거나, 인간관계를 지속하지 못하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회복의 시작은 스스로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 있다. 전문적인 심리상담이나 인지행동치료, EMDR(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법) 같은 치료는 기억의 고리를 안전하게 풀어가며 반응을 조절하도록 도와준다. 최근에는 뇌파 자극 치료나 미술·음악 치료처럼 감각 기반 접근도 주목받고 있다.


누군가의 눈에는 사소해 보이는 일이 당사자에게는 평생의 고통일 수 있다. 중요한 건 비교가 아니라 그 사람의 고통을 존중하는 태도다. 그리고 그 마음의 상처에도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