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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수면의 질을 챙기는 시대다. 단순히 ‘얼마나 오래 잤는가’보다 ‘어떤 수면 단계를 거쳤는가’를 중요하게 여기는 흐름이 만들어졌고, 이를 선도한 것이 바로 스마트워치다. 애플워치, 갤럭시워치, 샤오미밴드 등 웨어러블 기기들은 이제 심박수, 움직임, 혈중산소포화도 등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수면 단계를 측정하고 ‘수면 점수’까지 제공한다. 문제는, 이 데이터를 사용자들이 너무 맹신한다는 데 있다.

스마트워치는 ‘렘수면’, ‘얕은 수면’, ‘깊은 수면’ 단계를 구분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이는 뇌파를 측정하지 않는 이상 정확하게 분류할 수 없다. 현재 상용화된 대부분의 웨어러블 기기는 사용자의 움직임(가속도 센서), 심박 변화, 산소포화도만을 기반으로 알고리즘화된 추정값을 제공한다. 다시 말해, 뇌파 측정 없이 ‘REM 수면을 정확히 측정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수면전문가들은 이 점을 지적한다. 미국 스탠포드 수면센터는 “스마트워치의 수면 분석은 대체로 ‘수면 시간’이나 ‘뒤척임’에 가까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실제 수면 단계 구분에는 오차가 크다”고 밝힌 바 있다. 수면다원검사(PSG)처럼 뇌파, 근전도, 호흡, 안구 움직임 등 다차원 생리 지표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는 수면 데이터’가 사람의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최근 수면심리학에서는 ‘오슬립니아(Orthosomnia)’, 즉 ‘완벽한 수면을 강박적으로 추구하다가 오히려 불면증에 빠지는 현상’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워치 수면 점수에 집착해 \"오늘은 깊은 잠이 적었네\", \"수면 점수가 낮아 불안하다\"는 식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겪는 것이다.

실제로 수면 관련 불만을 가지고 병원을 찾는 사람들 중 일부는 \"기계가 알려준 대로 나는 잠을 잘 못 자고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고, 그 신념이 오히려 실제 수면의 질을 더 악화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수면의 질은 객관적 지표와 주관적 만족도 모두를 고려해야 하는데, 스마트워치는 단면적 정보만을 제공하면서 오히려 과도한 자가진단을 유도하는 셈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사용 시기와 위치에 따라 수면 데이터가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손목을 고정하지 않은 채 자거나, 손을 머리 아래에 두는 자세는 기기의 센서 정확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술을 마신 날, 약을 복용한 날 등 생리적 변수에 따라 심박수와 움직임이 달라져 알고리즘이 오인식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스마트워치의 수면 측정이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규칙적인 수면 루틴을 체크하거나, 평소보다 수면 패턴이 급격히 바뀌었을 때 이를 인지할 수 있는 ‘경향 분석 도구’로는 충분히 활용할 가치가 있다. 다만 그 해석은 반드시 ‘참고용’으로 제한되어야 하며, 건강 불안을 조장하는 정보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수면은 숫자나 그래프로 환산할 수 없는 생리적 복합 현상이다. 뇌파가 아닌 기계가 분석한 수면 점수 하나에 기분이 휘둘린다면, 그 자체가 이미 수면장애의 전조일 수 있다. 기계를 참고하되, 자신의 몸이 느끼는 피로감과 회복도를 더 신뢰하는 것이 ‘진짜 건강한 수면’을 향한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