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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달콤한 탄산음료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설탕 대신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저당·무당 음료를 선택한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대규모 연구는 이런 선택이 간 건강 측면에서는 결코 안전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설탕 음료뿐 아니라 이른바 ‘제로 음료’ 역시 지방간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결과다.

유럽 소화기학 학회 학술대회에서 공개된 이번 연구는 영국 대규모 코호트 자료를 활용해 성인 12만 명 이상을 10년 넘게 추적 관찰했다. 연구 시작 당시 간질환이 없던 참가자들의 음료 섭취 습관을 반복적으로 조사하고, 이후 지방간 발생과 간 관련 사망 위험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 약 한 캔 분량 이상의 설탕 음료를 마신 사람은 지방간 위험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더 놀라운 점은 저당·무당 음료를 같은 양 이상 마신 사람들에서 위험이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지방간은 단순히 간에 지방이 조금 낀 상태로 끝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염증과 섬유화로 이어질 수 있고, 심한 경우 간경변이나 간암 위험까지 높아진다. 최근에는 이 질환이 대사 이상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이 강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만성 간질환으로 자리 잡았다.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방치되기 쉽다는 점도 문제다.

연구진은 설탕 음료가 혈당과 인슐린을 급격히 올리고 체중 증가를 유도해 간 지방 축적을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저당·무당 음료는 당류는 없지만, 인공감미료가 장내 미생물 환경을 바꾸거나 포만감 조절을 흐트러뜨려 오히려 단맛에 대한 갈망을 키울 수 있다는 가설이 제시됐다. 일부 감미료는 인슐린 분비를 자극할 가능성도 거론됐다.

생활 속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도 있었다. 설탕 음료나 저당 음료를 물로 바꿔 마신 경우 지방간 위험이 의미 있게 낮아졌다. 반대로 두 음료를 서로 대체하는 것만으로는 위험 감소 효과가 없었다. 이는 ‘덜 나쁜 선택’을 고르는 방식이 아니라, 음료 자체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간 건강을 지키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전략으로 음료 선택을 꼽는다. 갈증 해소와 수분 보충이라는 본래 목적에 가장 충실한 것은 결국 물이라는 것이다. 습관처럼 마시던 음료 한 캔이 쌓이면 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일상에서 물 섭취 비중을 늘리는 것이 장기적인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