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머리카락을 뽑는 손, 어떤 순간에 가장 자주 움직일까요
“나도 모르게 자꾸 머리카락을 뽑아서 숱이 비어 보여요”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회의 중 손이 머리로 가는 순간은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지나가곤 합니다. 하지만 특정 부위의 머리카락만 반복적으로 뽑혀 숱이 비는 모양이 나타나고, 그 행동을 스스로 완전히 조절하기 어렵다면 발모장애(모발뽑기장애)로 분류되는 증상일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 행동은 특정 시간대나 상황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긴장된 회의 직전, 마감이 임박한 업무 중, 혹은 잠들기 전 휴대전화를 보는 시간처럼 지루함과 긴장이 동시에 찾아오는 순간에 손이 머리로 향하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대화 중에도 손이 머리로 가는 모습을 상대가 먼저 알아채면서 민망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순간이 쌓이면 업무 중 집중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잠들기 전 긴장이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복되는 행동 뒤에 숨은 심리적·신체적 배경
발모장애는 여러 요인이 동시에 맞물리며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험이나 발표를 앞둔 불안, 반복적인 업무 압박, 수면 부족으로 인한 피로가 겹치면 손이 무의식적으로 머리카락으로 향하는 빈도가 늘어납니다.
머리카락을 뽑을 때 느껴지는 미세한 통증이나 손끝의 촉감이 일시적인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긴장이 풀리는 순간의 보상처럼 행동이 굳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불안이나 강박적인 성향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단순히 의지만으로 멈추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숱이 비는 자리, 눈에 보이는 변화와 보이지 않는 신호
발모장애로 생긴 탈모 부위는 원형탈모와 생김새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 표처럼 모발 길이와 두피 상태를 함께 살펴보면 구분에 도움이 됩니다.
눈에 보이는 변화 외에도 생활 전반에 영향이 번집니다. 숱이 빈 자리를 의식하느라 회의나 수업 중 집중력이 자꾸 끊기고, 거울을 확인하는 횟수가 늘어나며, 모자나 특정 머리 스타일로만 외출하려는 경향이 생기기도 합니다. 숱이 빈 자리가 신경 쓰여 사진 찍기를 피하거나 미용실 방문을 미루는 경우도 늘어납니다. 잠들기 전 무의식적으로 손이 머리로 가면서 수면 시작 시간이 늦어지고, 다음 날 업무 중 피로와 산만함으로 이어지는 흐름도 드물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손이 머리로 가는 순간을 줄이는 법
뽑는 행동을 줄이려면 손이 머리로 향하는 순간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아래와 같은 단계로 접근해볼 수 있습니다.
- 하루 중 손이 머리로 향하는 시간대와 상황을 기록합니다(예: 저녁 9시 이후 휴대전화 사용 중, 회의 10분 전).
- 그 시간대에 손을 다른 자극으로 돌립니다. 스트레스볼을 쥐거나 고무밴드를 만지는 등 손끝 감각을 대신할 도구를 미리 준비합니다.
- 손톱을 짧게 깎거나 반지, 장갑을 착용해 머리카락을 잡기 어려운 물리적 환경을 만듭니다.
- 2주 단위로 기록을 다시 확인해 빈도와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점검합니다.
2주 정도 기록을 이어가면 특정 시간대나 감정 상태와의 연관성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 대체 행동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행동치료와 보조 관리, 상황에 따라 다르게 선택합니다
뽑는 행동이 하루 중 특정 상황, 이를테면 야간 휴대전화 사용 중에만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경우에는 대체 행동과 생활 습관 조정을 먼저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반면 불안장애나 강박적인 성향이 뚜렷하게 동반되어 일상 전반에서 반복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통한 치료적 접근을 함께 고려하는 쪽이 도움이 됩니다.
뽑기 행동이 줄어들어 새로 자라는 모발의 재성장을 돕기 위해 국소 미녹시딜 제품이 보조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미녹시딜 관련 연구는 남성형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자료가 중심이어서, 발모장애로 인한 탈모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Olsen 등(2002)의 48주 연구에서는 남성 393명을 대상으로 5% 국소 미녹시딜이 2% 미녹시딜보다 표적부위 모발 재성장이 45% 더 많았고 치료 반응도 더 빠르게 나타났다고 보고했습니다.[1]
병원 진료가 필요한 시점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난다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 숱이 빈 부위가 손바닥 크기 이상으로 넓어지거나 범위가 계속 늘어납니다.
- 뽑은 자리에 출혈이나 딱지가 반복해서 생깁니다.
- 눈썹, 속눈썹 등 다른 부위까지 뽑는 행동이 번져 나갑니다.
- 숱이 빈 모습을 가리기 위해 외출이나 모임을 피하는 일이 잦아집니다.
출혈이나 딱지가 반복되는 신호는 피부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두피 손상이 동반된다면 피부과, 뽑는 행동 자체를 조절하기 어렵거나 불안·우울감이 함께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더 적합한 경로가 됩니다.
생활 습관 조정만으로 뽑는 행동이 바로 멈추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몇 주간 노력한 뒤에도 비슷한 패턴이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미리 예상하고 있으면 작은 재발에도 쉽게 좌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특정 지방산을 이용한 모발 재생 동물실험 결과가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2025년 세포대사(Cell Metabolism)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실험쥐에게 단일불포화지방산 혈청을 바른 뒤 약 20일 만에 모발이 재생됐으나, 사람 두피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아직 진행 전 단계라고 밝혔습니다.[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