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프리랜서로 일한 지 몇 년 됐는데, 요즘 제일 묘하게 고민되는 게 일보다 인간관계예요. 예전엔 회사 다닐 때 싫든 좋든 사람을 매일 봤잖아요. 복도에서 마주치고, 점심 먹다가 괜히 한마디 섞고, 퇴근 전에 표정만 봐도 오늘 상태가 어떤지 대충 읽혔는데. 지금은 그런 게 거의 없어요. 연락은 메신저로만 오고, 통화도 용건 끝나면 바로 끊고, 하루 종일 사람 말을 한마디도 안 하고 끝나는 날도 있더라고요. 처음엔 편했는데, 요즘은 제가 사람을 대하는 감각이 조금씩 무뎌지는 느낌이 들어요.
특히 예전엔 그냥 넘겼을 말도 괜히 오래 붙잡게 됩니다. 답장이 조금 늦으면 내가 뭘 잘못 보냈나 싶고, 반대로 누가 너무 가볍게 말하면 괜히 거리감이 느껴지고요. 근데 또 막상 만나자고 하면 피곤해서 미루게 돼요. 사람을 원하면서도 사람 만나는 에너지는 줄어든 상태? 이게 제 성격이 원래 이런 건지, 재택이 길어지면서 더 심해진 건지 잘 모르겠네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타인에 대한 상상이 실제보다 커지는 것도 있는 것 같고요.
얼마 전에도 친한 지인이 서운하다고 하더라고요. 자기는 제가 늘 집에 있으니까 시간 많을 줄 알았대요. 근데 재택이라고 한가한 건 아니잖아요. 오히려 일과 생활 경계가 없어서 중간에 연락 받으면 더 정신없을 때도 많고요. 설명은 했는데, 듣는 입장에선 핑계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반대로 저도 지인들 보면 "회사 다니느라 바쁘겠지" 하고 먼저 선 긋고 안 찾게 되더라고요. 서로 사정을 배려하는 건지, 그냥 서서히 멀어지는 건지 그 경계가 애매합니다.
다들 나이 들면 인간관계가 자연스럽게 정리된다고들 하는데, 저는 그 말이 좀 무섭게 느껴져요. 자연스러운 정리인지, 귀찮아서 방치한 건지 나중엔 구분도 안 갈 것 같아서요. 재택으로 일하시는 분들, 이런 식으로 사람 관계가 옅어지는 느낌 받은 적 있나요? 일부러라도 약속 잡고 밖에 나가는 게 도움 될 수 있어요? 아니면 너무 붙잡으려고 하지 말고 지금 리듬에 맞게 관계 방식을 바꾸는 쪽이 맞을까요. 괜히 별거 아닌 듯한데 은근 오래 남는 고민이라 한번 적어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