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딱 넘기고 나니까 이상하게 회사보다 집에서 더 기운 빠질 때가 있더라고요. 밖에서는 어떻게든 사회인 모드로 참고 넘기는데, 가족이랑은 “내가 이런 말까지 설명해야 하나” 싶은 순간이 자꾸 생겨요. 최근에도 엄마랑 통화하다가 괜히 울컥했어요. “요즘 왜 이렇게 예민하냐, 다들 그렇게 산다” 이런 말 들으면 틀린 말은 아닌데, 그날 하루 겨우 버티고 있던 사람 입장에서는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가족은 내 사정을 제일 잘 아는 사람들 같으면서도, 막상 내가 어떤 상태인지 제일 늦게 알아채는 느낌이 있어요. 어릴 때 기준으로만 저를 보는 것도 좀 답답하고요. 저는 이제 회사에서 책임질 일도 많고,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생각도 많은데 집에서는 아직도 “왜 그 정도로 힘드냐”로 받아들여질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면 내가 너무 유난인가 싶다가도, 아니지 나도 나름대로 버티는 중인데 싶고 마음이 왔다 갔다 해요.

더 복잡한 건 또 미워할 수만도 없다는 거예요. 걱정해서 하는 말인 거 아니까 더 답답한 것 같아요. 차라리 남이 선 넘으면 그냥 거리 두면 되는데, 가족은 그게 잘 안 되잖아요. 결국 또 통화하고, 또 밥 먹고, 또 아무 일 없는 척 지내게 되고. 그런데 그렇게 쌓이다 보면 어느 날은 별말 아닌데도 확 서운해지더라고요. 저만 그런가요? 다들 가족이랑은 어느 정도 선을 어떻게 정해두는지 궁금해요.

저는 요즘 예전처럼 다 설명하려고 안 하고, 컨디션 안 좋을 땐 아예 통화 길게 안 하려고 해요. 바로 풀리진 않아도 조금은 덜 다치더라고요. 그래도 가끔은 가족인데 왜 이렇게 대화가 안 통하나 싶어서 허탈해요. 가까운 사이일수록 기대가 커서 더 그런 걸까요. 직장에서도 치이고 집에서도 한번 더 힘 빠지는 날엔, 진짜 어디다 말해야 하나 싶네요. 비슷한 경험 있는 분들 있으면 어떻게 넘겼는지 듣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