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취준한다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가족들이 나를 사람으로 보기보다 공용 민원창구처럼 쓰는 느낌임. 아침엔 엄마가 “너 어차피 집에 있잖아”로 시작해서 택배 받고, 점심엔 아빠가 인터넷 느리다고 공유기 봐달라 하고, 저녁엔 동생이 프린터 왜 안 되냐고 부름. 나는 분명 취업 준비 중인데 집에서는 그냥 상시 대기 인력 1 같음. 심지어 내가 방에 들어가 있으면 쉬는 줄 아는 것도 좀 어이없음. 컴퓨터 앞에 있으면 다 노는 걸로 보이나 봄. 그 논리면 회사원도 모니터 보면 카트라이더 하는 거냐고요.
더 답답한 건 걱정이랑 잔소리가 항상 한 세트로 온다는 거임.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이거 진짜 만능 열쇠 같음. 취업 언제 할 거냐, 누구는 벌써 어디 들어갔다더라, 공무원은 생각 없냐, 자격증 더 따야 하는 거 아니냐. 다 틀린 말은 아닌데 하루에도 몇 번씩 들으면 사람 기운이 쭉 빠짐. 내가 제일 잘 아는 사실이 내 처지인데 매일 속보처럼 브리핑받으니까 정신이 더 피곤함. 위로하려는 건지 압박하려는 건지 중간이 없음.
가끔은 가족이라서 더 선 넘는 것도 있는 듯. 밖에서 누가 그러면 “요즘 힘들지?” 하고 끝날 말을 집에서는 “그래서 오늘 뭐 했는데?”로 바로 결산 들어감. 한두 개 말하면 그걸로 또 평가 시작.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대답도 짧아짐. 괜히 길게 말해봤자 해명문 제출하는 기분이라. 나도 예민하게 굴고 싶진 않은데 계속 이러면 방어적으로 바뀌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음. 서로 나쁜 사람은 아닌데 조합이 이상하게 꼬이면 집 공기가 하루 종일 무거워짐.
혹시 비슷한 분들 있음? 가족이 걱정해서 하는 말인 건 알겠는데, 듣는 사람은 점점 작아지는 이 상황을 어떻게 넘겼는지 궁금함. 그냥 내가 둔감해지는 수밖에 없나 싶다가도, 계속 쌓이면 더 무기력해질 수 있어 보여서요. 적당히 선 긋는 말이나 분위기 덜 상하게 넘기는 방법 있으면 알려주세요. 취업보다 집안 기류 관리가 더 어려운 날이 많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