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약국에서 몇 년 버티다 보니까, 연차가 쌓이면 마음도 좀 편해질 줄 알았거든요. 근데 오히려 이직 생각은 더 자주 나더라고요. 업무는 손에 익었는데 그만큼 너무 당연하게 굴러가니까, 내가 여기서 더 배울 게 있나 싶은 순간이 계속 와요. 특히 처방 몰리는 시간에 정신없이 치고 나면 퇴근하고 나서 허무한 날이 좀 많았어요 ㅠㅠ
주변 보면 연차 애매할 때 제일 많이 움직이더라고요. 너무 초반이면 경력으로 내세울 게 약하고, 너무 오래 있으면 자리 옮길 때 스스로도 겁이 커져서요. 저도 그래서 요즘은 그냥 막연하게 버틴다기보다, 지금 약국에서 내가 얻는 게 뭔지부터 적어봤어요. 복약상담 스타일이 느는 건지, 조제 동선이 편한 건지, 원장님이 믿고 맡기는 범위가 넓은 건지. 이게 없으면 그냥 익숙해서 남아 있는 거더라고요.
연차 고민하는 분들은 연봉보다 하루 피로도를 먼저 봤으면 싶어요. 급여 조금 더 받아도 근무표 엉망이고 식사도 제대로 못 하면 오래 못 가요. 반대로 월급이 살짝 아쉬워도 사람 때문에 덜 닳는 곳은 생각보다 오래 다니게 되고요. 저는 이 기준으로 다시 보니까, 괜히 남들 움직인다고 따라 흔들릴 필요는 없겠다 싶었어요 ㅋㅋ
이직 고민이 드는 건 이상한 게 아니고, 오히려 지금 상태를 제대로 보고 있다는 뜻 같아요. 그냥 참고 다니는 거랑, 계산해 보고 남는 거랑 진짜 다르더라고요. 연차 찼는데도 계속 마음이 붕뜨면 그건 웬만하면 신호 맞는 듯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