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피부과에서 조무사로 일한 지 꽤 됐는데요, 진짜 일하다 보면 예상 못 한 순간에 더 긴장될 때가 있더라고요. 보통은 접수나 안내 쪽이 바빠 보여도 루틴이 어느 정도 있어서 괜찮은데, 처치실 쪽이 갑자기 몰리면 분위기가 확 달라져요. 특히 같은 시간대에 레이저 후 진정 관리 들어가고, 압출 대기 환자분 계시고, 원장님이 이것저것 바로바로 불러주실 때요. 그날은 유난히 처음 오신 분들이 많아서 설명도 평소보다 더 길어졌거든요. 한 분은 엄청 긴장하셔서 계속 “많이 아픈 거 아니죠?” 물어보시는데, 저도 최대한 편하게 말씀드리면서 손은 또 손대로 빨리 움직여야 해서 진땀났어요.

근데 그런 날일수록 말 한마디가 진짜 크더라고요. 어떤 환자분은 시술 자체보다 분위기 때문에 더 무서워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는 “불편하시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지금 조금 따갑게 느껴질 수 있어요” 이런 식으로 계속 중간중간 설명드리거든요. 단정적으로 말하면 오히려 부담드릴 수 있어서 최대한 조심해서 말씀드리는 편이에요. 그러면 신기하게 끝나고 나서 “생각보다 덜 무서웠어요” 하시는 분들이 꽤 있으세요. 그럴 때는 아, 내가 옆에서 잡아드린 게 그래도 도움이 될 수 있었구나 싶어서 좀 뿌듯해요.

대신 보호자분이 더 긴장하시는 경우도 있어서 웃픈 상황도 많아요. 환자분은 의외로 담담한데 옆에서 보호자분이 계속 질문하셔서 설명 두 번, 세 번 드린 적도 있었거든요. 바쁜 와중엔 솔직히 정신없긴 한데, 또 그런 분들은 불안해서 그러시는 거라 마냥 급하게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일하다 보면 기술적인 보조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 상대하는 체력, 말투, 표정 관리가 진짜 중요하다고 느껴요. 피부과가 겉보기엔 깔끔하고 차분해 보여도 안에서는 순발력 싸움인 날이 은근 많아요.

혹시 다른 과 선생님들도 이런 거 느끼세요? 저는 특히 “설명 많이 해드렸는데도 마지막에 제일 기본적인 질문 다시 나올 때” 그 순간이 제일 당황스러우면서도 공감되더라고요. 하루 끝나면 다리도 아픈데 목이 더 쉬어 있는 날도 많고요. 그래도 환자분이 편하게 돌아가시면 그걸로 또 다음날 출근은 되긴 해요. 의료 쪽 일하시는 분들은 다 비슷하시겠지만, 몸보다 신경이 더 먼저 지치는 날이 진짜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