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좋아해서 평소엔 “몸 쓰는 건 자신 있다” 쪽이었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체력만으로 버티는 게 아니더라고요. 바쁠 때는 뛰어다니는 게 익숙해서 괜찮은데, 진짜 힘든 건 몸이 아니라 머리랑 마음이 같이 소모되는 느낌이에요. 한 명 한 명 응대할 때는 최대한 차분하게 하려고 하는데, 정신없이 콜 겹치고 예상 못 한 상황까지 터지면 퇴근할 때쯤엔 말 한마디 하기 싫을 정도로 방전돼요.

특히 제일 솔직하게 말하면, 늘 친절해야 한다는 압박이 은근 커요. 당연히 환자분이나 보호자 입장 이해하려고 하는데, 설명을 몇 번을 드려도 감정적으로 확 올라오는 상황 만나면 저도 사람이라 순간 훅 지칠 때가 있거든요. 근데 그럴수록 표정관리, 말투관리 더 신경 쓰게 되고요. 실수하면 안 된다는 긴장감은 기본으로 깔려 있는데, 거기에 감정노동까지 얹히니까 어떤 날은 운동으로도 잘 안 풀리더라고요.

웃긴 건 쉬는 날 헬스장 가서 땀 빼면 몸은 개운한데, 머릿속은 병동에 두고 온 느낌일 때가 있어요. “내가 그때 저 말투 괜찮았나”, “조금 더 설명했어야 했나” 이런 생각이 자꾸 남아요. 주변에서는 간호사면 원래 강해야 한다고 쉽게 말하는데, 저는 오히려 그래서 더 말 못 하는 고충도 있는 것 같아요. 멀쩡해 보여도 속은 이미 너덜너덜한 날 많지 않나요. 그래서 요즘은 무조건 버티는 것보다, 중간중간 숨 돌릴 방법 찾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