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약국을 하다 보면 참 묘한 순간들이 많았어요. 도시에서는 환자분이 들어오시면 바로 처방전부터 내미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여기는 문 열고 들어오시자마자 “약사님, 밥은 드셨어요?”부터 물으시는 분들이 더 많거든요. 저도 처음에는 이 리듬이 좀 낯설었는데, 이제는 그게 오히려 하루의 시작처럼 느껴져요. 바쁜 날에도 잠깐 안부 한마디 오가고 나면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지더라고요.

대신 일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어요. 약만 드리는 게 아니라 예전에 받았던 설명을 다시 물어보시거나, 병원에서 들은 말을 본인 방식대로 이해하고 오시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같은 내용을 여러 번 풀어서 말씀드릴 때가 있었어요. 특히 연세 있는 분들은 약 이름보다 색깔이나 모양으로 기억하시는 경우가 많아서, 설명할 때 더 천천히 가게 되더라고요. 그런 과정이 번거롭다기보다, 결국 복약 순응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번은 장날이라 약국이 유난히 붐볐던 날이 있었는데요. 처방 조제하다가 중간중간 건강기능식품이랑 파스 위치 물어보시는 분, 혈압 언제 재면 좋냐고 묻는 분, 본인 약이 왜 바뀐 것 같냐고 걱정하시는 분까지 한꺼번에 겹친 적이 있었어요. 정신은 없었는데, 또 그런 날 지나고 나면 “오늘도 동네 약국 역할은 했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다만 감정적으로는 조용한 날보다 훨씬 소모가 커서, 개국약사 하시는 분들은 이런 부분을 어떻게 관리하시는지 궁금했어요.

혹시 저처럼 작은 지역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은 환자분들이 상담이랑 생활 이야기를 길게 섞어 하실 때, 어디까지 받아드리고 어디서 끊으시는 편이신가요? 너무 딱딱하면 서운해하시고, 너무 오래 듣다 보면 뒤에 대기하시는 분들이 생겨서 늘 균형이 어렵더라고요. 다들 현장에서 나름의 요령이 있으실 것 같은데, 편하게 경험 좀 나눠주시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