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 일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실지 모르겠는데, 저는 퇴근하고 집에 와도 몸보다 머리가 더 안 쉬더라고요. 오늘 어떤 분이 보행할 때 체중 싣는 타이밍이 미묘하게 어긋났었는지, 그분한테 내가 설명한 운동 큐가 너무 어렵진 않았는지, 그런 게 계속 생각나요. 특히 낮에 바빠서 충분히 못 봤다고 느껴지는 케이스가 있으면 더 그래요. 이미 퇴근은 했는데 제 머릿속에서는 아직도 치료실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에요.

웃긴 건 직업병처럼 일상에서도 자꾸 분석 모드가 켜진다는 거예요. 지하철에서 누가 절뚝이면 골반 보게 되고, 카페 의자에 비스듬히 앉은 사람 보면 허리보다 고관절 가동성부터 떠오르고요. 물론 속으로만 생각합니다. 괜히 설명충 기질 있어서 예전엔 가족한테도 “그 자세는 이렇게 부담이 갈 수 있어” 했다가 잔소리 취급 많이 받았어요. 그 뒤로는 최대한 참고 있는데, 참는다고 생각이 꺼지는 건 또 아니더라고요.

저는 이게 책임감이랑 연결돼 있는 것 같기도 해요. 통증이 바로 좋아지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생활 습관이랑 움직임 패턴까지 같이 봐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퇴근 후에도 ‘내가 오늘 던진 한마디가 이분한테 도움이 될 수 있었을까’, ‘조금 더 쉽게 설명했으면 집에서 따라 했을까’ 이런 생각이 남아요. 좋은 의미의 복기일 때도 있는데, 어떤 날은 그냥 뇌가 야근하는 느낌입니다. 몸은 침대에 누웠는데 머리는 SOAP 노트 추가 작성 중인 기분 아시는 분 있을 듯요.

혹시 다들 이런 생각 정리 어떻게 하세요? 저는 요즘은 퇴근 직전에 메모를 짧게 남겨서 머리 밖으로 빼놓으려고 해요. “다음 세션 때 이 동작 다시 체크”, “설명은 기능 위주로 더 단순하게” 이런 식으로요. 그렇게 적어두면 조금 덜 붙잡고 있게 되는 것 같긴 한데, 완전히 풀리진 않네요. 비슷한 직종 분들은 퇴근 후 생각 끄는 루틴 같은 거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만 이런 건지, 다들 어느 정도는 안고 가는 건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