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당직 한 번 돌고 나면 몸보다 마음이 더 지치는 느낌이 큽니다. 내과 전공의 하면서 원래 힘든 건 알고 들어왔는데, 막상 몇 년 버티고 보니까 “적응”이랑 “무뎌짐”은 또 다르더라고요. 예전에는 바빠도 그냥 오늘 할 일 끝냈다는 생각으로 넘겼는데, 요즘은 퇴근길에 문득 내가 여기서 계속 버틸 건지, 아니면 방향을 좀 바꿔야 하는 건지 그런 생각이 자주 듭니다. 서울에서 살면 선택지가 많을 것 같아도 막상 제 상황으로 대입하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았습니다.
주변 보면 연차 쌓일수록 오히려 이직이나 진로 고민 더 많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수련 마치고 바로 남을지, 페이 쪽으로 갈지, 검진이나 다른 형태의 근무를 알아볼지 다들 말은 안 해도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더라고요. 저도 처음에는 그냥 수련 끝나면 자연스럽게 길이 보일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체력, 생활 패턴, 인간관계, 앞으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업무 강도까지 같이 보게 되니까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당직 다음날 멀쩡한 척 외래 보고 있으면, 이 생활을 오래 끌고 가는 게 저한테 맞는지 자꾸 의문이 듭니다.
또 한편으로는 괜히 제가 덜 버틴 것처럼 보일까 봐 그런 게 제일 신경 쓰입니다. 남들은 다 비슷하게 힘든데 저만 유난 떠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솔직히 일하면서 느끼는 소진이 단순한 투정으로만 정리되진 않더라고요. 과가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내가 어떤 형태의 의사 생활을 해야 오래 안 무너질지 생각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겠다는 쪽으로 요즘 마음이 기웁니다. 아직 뭘 정했다기보다는, 버티는 것만이 답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정도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연차 쌓이면서 이직 고민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냥 다들 참고 지나가는 시기였는지, 아니면 실제로 환경 바꾸고 나서 좀 숨통 트였는지요.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고 싶지는 않은데, 계속 미루는 것도 답 아닌 것 같아서요. 비슷한 고민 해보신 분들 있으면 현실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