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약국 열고 지낸 지도 꽤 됐는데요, 요즘은 주변 후배들이나 동기들 이야기 들을 때마다 연차가 쌓인 뒤의 이직 고민이 참 남 일 같지가 않더라고요. 처음에는 경력 조금 더 쌓고 옮기면 되지 싶었는데, 막상 몇 년 지나고 나면 조건만 보는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내가 익숙한 업무 방식, 같이 일하는 사람들, 지역 분위기까지 다 얽혀 있으니까요. 특히 작은 지역은 한 번 자리를 옮기면 다시 돌아오기도 쉽지 않아서 더 신중해지는 것 같았어요.

저도 예전에는 바쁘고 답답할 때마다 그냥 다른 데 가면 낫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막상 조금 떨어져서 보면, 지금 힘든 게 일 자체 때문인지 사람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너무 지쳐서 그런 건지 구분이 잘 안 되더라고요. 이게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옮기면 새 자리 가서도 비슷하게 흔들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요즘 누가 이직 고민 상담하면, 당장 사표 생각보다 내가 지금 제일 버거운 지점이 뭔지 먼저 적어보라고 말씀드리게 되네요. 의외로 급여보다 생활 리듬이나 감정 소모가 더 큰 이유인 경우도 많았어요.

반대로 연차가 쌓이면 괜히 욕심도 생기잖아요. 여기서 더 배우는 게 있나 싶기도 하고, 이 정도 경력이면 더 나은 환경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또 막상 채용 공고 보면 기대만큼 조건이 좋은 곳도 많지 않고, 면접 보러 다니는 것 자체가 기운 빠질 때도 있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이직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애매할 때는, 최소한 6개월 뒤의 내가 지금 자리에 남아 있어도 괜찮을지부터 생각해보는 편이에요. 그 질문에 답이 너무 답답하면 움직일 이유가 되는 것 같고, 아주 나쁘지 않으면 조금 더 버텨볼 근거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혹시 여기 계신 분들은 연차 좀 쌓인 뒤 이직 결심하신 계기가 뭐였는지 궁금하네요. 사람 때문에 옮기신 분이 더 많으셨는지, 업무 확장이나 워라밸 때문에 옮기신 분이 더 많으셨는지도요. 저는 요즘 후회 없이 옮기는 타이밍이 정말 있는 건지, 아니면 어느 정도 불안은 안고 가는 건지 그게 제일 궁금했어요. 경험 있으신 분들 이야기 들으면 꽤 도움이 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