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그런지 모르겠는데요, 퇴근하고 집에 와서 씻고 누웠는데도 낮에 있었던 일들이 머리에서 안 빠질 때가 있더라고요. 피부과에서 일하면 손은 분명히 퇴근했는데 생각은 아직도 진료실에 남아 있는 느낌 있지 않으세요. 오늘도 별일 아닌 것처럼 지나간 장면들이 자꾸 떠올랐어요. 접수 도와드리면서 몇 마디 나눴던 환자분 표정이라든지, 시술 전에 긴장하던 분 목소리라든지요.

특히 피부 쪽은 통증보다도 마음이 먼저 지쳐 있는 분들이 꽤 계셔서 더 그런 것 같아요. 겉으로는 “괜찮아요” 하셔도 거울 보실 때마다 속상하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자꾸 남더라고요. 저희는 매일 보는 증상이어도 환자분한테는 오늘 하루가 엄청 크게 느껴졌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가끔 집에 와서도 “내가 조금 더 편하게 말씀드릴 걸 그랬나”, “표정 한번 더 보고 물어볼 걸” 이런 생각을 계속 하게 돼요.

이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해요. 다음날 조금 더 조심하게 되고, 말 한마디도 더 부드럽게 하게 되니까요. 물론 너무 오래 끌고 가면 저도 지치니까, 어느 정도는 털어내는 방법이 필요할 수도 있어요. 저는 요즘 퇴근길에 일부러 아무 생각 없이 걷거나, 집 오자마자 옷 갈아입으면서 “여기까지” 하고 끊어보려고 하거든요. 근데도 안 되는 날은 진짜 안 되네요.

의료 쪽 일하시는 분들은 이런 거 어떻게 넘기세요? 그냥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는 건지, 아니면 각자 정리하는 루틴이 있는 건지 궁금해요. 너무 예민한가 싶다가도, 또 이런 마음이 있어야 환자분들 대할 때 덜 무뎌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오늘은 유독 퇴근 후에도 머리가 조용하지 않아서 한번 써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