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밤새 있다가 아침에 집 들어오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그거임. 세상이 너무 조용해. 병원에서는 계속 소리 나잖아. 모니터 삑삑대고 호출벨 울리고 보호자 목소리 섞이고 뛰어다니는 발소리까지. 거기 있다가 현관문 닫는 순간 갑자기 아무 소리도 안 나면 그게 편한 게 아니라 좀 이상해 ㅋㅋ
얼마 전에도 야간 끝나고 부산은 비까지 와서 더 축축했거든.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랑 캔커피 하나 사서 집 와서 대충 씻고 앉았는데,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만 들리는 거임. 진짜 별거 아닌데 그날은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서 멍하게 한참 앉아 있었어. 몸은 분명 지쳐 죽겠는데 머리는 아직 응급실에 남아 있는 느낌? 누가 나 부를 것 같고 벨 울릴 것 같고
웃긴 건 그럴 때 제일 안정되는 게 거창한 게 아니라는 거. 따뜻한 국도 아니고 좋은 음악도 아니고 그냥 밥솥 열어서 남은 밥 냄새 맡는 거, 젖은 우산 베란다에 툭 세워두는 거, 머리 덜 말린 채로 선풍기 바람 맞는 거. 그런 되게 시시한 순간 있잖아. 그때 아 내가 이제 끝났구나 싶더라. 오늘은 누구 혈압 안 재도 되고 누구 보호자 붙잡고 설명 안 해도 되고
근데 또 그런 조용한 시간이 길어지면 좀 허해. 내가 원래 이렇게 말 없는 집에 사는 사람이었나 싶고. 병원에서는 정신없다고 짜증내다가도 막상 혼자 있으면 또 어색해짐 ㅠㅠ 사람 참 간사하지. 그래서 괜히 티비 켜놓고 내용도 안 보는데 사람 말소리만 틀어둠
나만 이런가 싶어서 써봄. 야간이나 교대근무 하는 사람들 집 들어갔을 때 유독 위화감 드는 순간 있음? 나는 아직도 그 적막이 제일 안 익숙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