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상하게 퇴근하고 집 가는 길에 자꾸 같은 생각만 들어요. 내가 원래 이렇게 금방 지치는 사람이었나 싶고요. 피부과에서 일하면 하루종일 서 있잖아요. 예약 몰리는 시간엔 앉을 틈도 거의 없는데, 예전엔 바빠도 그냥 바쁜가보다 했거든요. 근데 요즘은 한 타임만 몰려도 어깨가 먼저 굳고, 집 가면 씻는 것도 귀찮아서 한참 멍때리게 되더라고요 ㅠㅠ
며칠 전엔 진상은 아닌데 계속 이것저것 물어보시는 분이 있었어요. 원래 저는 그런 거 대답 잘하는 편이거든요. 설명하는 것도 싫지 않았고요. 근데 그날은 속으로 아 제발 한 번에 끝나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먼저 드는 거예요. 제가 그렇게 불친절하게 굴진 않았는데, 마음이 예전 같지가 않으니까 그게 좀 충격이었어요. 아 나 왜 이러지 싶어서요.
집 오면 더 그래요. 예전엔 씻고 누워서 영상도 보고 친구들이랑 톡도 했는데, 요즘은 그냥 불 다 끄고 조용했으면 좋겠는 날이 많아요. 누가 뭐 물어보는 것도 싫고, 폰 울리는 것도 귀찮고요. 쉬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하루 푹 쉬어도 완전 충전되는 느낌이 아니라서 더 찝찝하네요. 그냥 체력이 떨어진 건지, 마음이 좀 닳은 건지 그게 헷갈려요 ㅋㅋ
웃긴 건 또 출근하면 할 일은 다 해요. 환자분들 오시면 또 자동으로 움직이고, 원장님이 뭐 부탁하시면 네 하고 하고요. 겉으로는 멀쩡한데 혼자 있을 때만 자꾸 내가 지금 괜찮은 건가 싶어요. 별일 아닌데 괜히 울컥할 때도 있고, 아침에 눈 뜰 때 오늘도 똑같겠네 이 생각부터 드는 날도 있었어요.
다들 그냥 이런 시기 한 번씩 지나가나요? 제가 너무 예민한 건지, 다들 원래 참고 사는 건지 문득 궁금해져서 써봐요. 요새 저처럼 퇴근하고 나면 사람이 텅 빈 느낌 드는 분 있나요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