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제 성형외과 상담 다녀왔거든. 눈 밑이 자꾸 퀭해 보여서 큰맘 먹고 간 건데, 내가 해봐서 아는데 이런 데는 들어서는 순간부터 사람 마음을 확 흔들어놔. 대기실은 또 왜 그렇게 번쩍번쩍한지, 앉아 있으니까 괜히 나만 더 초라해 보이는 거 있지 ㅠㅠ 그래서 아 이래서 사람들이 생각보다 빨리 결정하나 싶더라.
실장인가 상담해주는 분이 딱 보더니 눈 밑만 얘기 안 해. 거기서 끝났으면 나도 그냥 듣고 왔을 텐데 갑자기 중안부가 어쩌고, 탄력이 어쩌고, 같이 하면 훨씬 낫다 이러는 거야. 아니 나는 한 군데가 신경 쓰여서 간 사람인데, 듣다 보니까 멀쩡하던 데까지 다 손봐야 될 사람 만들어놓더라니까.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 분위기에 앉아 있으면 판단 흐려져. 나도 순간 혹했어, 진짜로.
의사 들어와서 보는 시간은 또 짧아. 딱 필요한 말만 하는 스타일이긴 한데, 오히려 그래서 더 세게 꽂히더라. 회복은 이 정도, 멍은 이 정도, 하면 인상이 덜 피곤해 보인다는데 그 말 듣는 순간 아 하고 넘어갈 뻔했네 ㅋㅋ 근데 견적 듣고 정신이 확 들었지. 처음 생각한 거보다 훨씬 커졌거든. 부가로 붙는 것도 은근 많아. 약값, 관리, 경과 보러 오는 거까지 생각하면 한 번 하고 끝도 아니고.
집에 오는 길에 좀 웃겼다. 가기 전엔 그냥 상담만 받아보자였는데, 나오면서 거울을 몇 번을 봤는지 몰라. 괜히 팔자도 더 보여 보이고 눈 밑도 더 꺼져 보이고. 이런 게 무섭더라. 원래 불편한 한 군데만 보였는데 상담 한 번 받고 단점이 줄줄이 생긴 기분? 내가 해봐서 아는데 사람 마음 약한 날 갔으면 바로 예약금 걸었을 수도 있어.
그래서 나는 일단 안 하기로 했어. 지금 당장 해야 될 정도는 아니다 싶더라. 괜히 급하게 손대서 후회하는 것보다, 시간 두고 다른 데도 한 군데 더 가보든지 그냥 이 얼굴로 좀 더 살든지 그게 낫지. 참견 같아도 하나는 말하고 싶네. 상담 다녀오면 그날 바로 결정하지 마라. 그날은 원래 다 하고 싶어지는 날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