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제 닉처럼 진짜 귀차니즘 심한 사람이었어요. 쉬는 날이면 점심 넘어서 일어나고, 집에서도 웬만하면 안 움직이던 타입이었거든요. 그런데 리트리버 데려오고 나서는 제일 먼저 바뀐 게 생활 리듬이었어요. 얘는 아침부터 눈 뜨면 하루 시작이니까 저도 같이 일어나게 되더라고요. 산책 안 나가면 집에서 심심하다고 장난감 다 끌고 오고, 몸으로 치대고, 괜히 여기저기 어슬렁거려서 결국 제가 먼저 운동화 신게 됩니다. 처음엔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나 싶었는데, 지나고 보니까 규칙적으로 움직이게 된 게 제일 큰 변화였어요.

행동적으로도 생각보다 많이 배우게 됐어요. 리트리버가 순하다, 착하다 이런 말 많이 하잖아요. 맞는 말이긴 한데, 그게 가만히 있어도 자동으로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애가 사람 좋아하고 흥분도 큰 편이라 처음엔 산책만 나가면 반가운 사람 보자마자 끌어당기고, 집에 손님 오면 장난 아니었어요. 그래서 저도 앉아, 기다려, 천천히 같은 기본적인 거 계속 반복하게 됐고요. 솔직히 개를 훈련시키는 줄 알았는데, 하다 보니 제 성격을 훈련시키는 느낌이 더 컸습니다. 성질 급한 제가 한 박자 참고, 반응 보기 전에 기다리는 걸 배우게 됐어요.

그리고 집 분위기도 좀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집이 그냥 쉬는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같이 살아가는 공간이 된 느낌? 털 날리는 거, 물그릇 넘치는 거, 장난감 굴러다니는 거 다 늘었는데 이상하게 더 사람 사는 집 같아요. 기분 안 좋은 날에도 얘는 똑같이 꼬리 치고 와서 기대니까 억지로라도 밖에 나가게 되고, 그게 생각보다 도움될 수 있어요. 물론 마냥 예쁜 것만 있는 건 아니고 체력적으로 힘든 날도 있고, 교육이 안 먹히는 날은 진짜 한숨 나옵니다.

근데 확실한 건 입양 전의 저랑 지금의 저는 좀 달라요. 부지런해진 건 물론이고, 책임감도 세졌고, 감정 기복도 전보다 덜한 느낌입니다. 리트리버 키우시는 분들은 입양 후에 본인한테 제일 크게 변한 점이 뭐였나요? 저는 강아지가 바뀐 것보다 제가 더 많이 바뀐 것 같아서 요즘 그 생각 자주 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