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전에는 쉬는 날 내내 누워만 있었거든요. 태움 겪고 나면 사람 목소리만 들어도 심장 쿵 내려앉고, 퇴근해서 씻지도 못하고 그대로 기절한 적도 많았어요. 밥도 대충 먹고 커튼 닫고 폰만 보다가 하루 끝. 그냥 숨만 쉬는 느낌이었는데, 애 데려오고 제일 크게 변한 건 제 생활패턴보다도 제 반응인 거 같아요. 예전엔 누가 나 불러도 짜증부터 났는데 지금은 작은 낑낑거리는 소리 하나에도 바로 일어나게 됨 ㅠㅠ

처음엔 저도 훈련이고 뭐고 자신 없었어요. 내가 사람한테도 지쳐 죽겠는데 동물한테 뭘 잘해주겠냐 싶었거든요. 근데 얘가 이상하게 제 눈치만 엄청 보는 거예요. 물 마시러 가도 따라오고, 화장실 앞에서도 기다리고, 제가 한숨 쉬면 고개 들고 쳐다봄. 그게 좀 미안했어요. 나는 대충 사는데 얘는 나 하나만 보고 사는 느낌이라. 그래서 산책 시간이랑 밥 시간부터 억지로라도 맞추기 시작했어요.

신기한 건 얘 행동 교정하려고 했던 게 결국 제 행동부터 바꿔버리더라구요 ㅋㅋ 분리불안 생길까봐 나갈 때 호들갑 떨지 말라길래 조용히 나가고, 들어올 때도 들뜬 목소리 줄이고, 일정하게 반응해주려고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병원에서 깨진 멘탈 들고 와도 집에서 혼자 폭발하는 일이 좀 줄었어요. 문 쾅 닫고 울다가도 얘 놀랄까봐 참고, 괜히 소파 발로 차려다가도 멈추고. 사람 때문에 망가진 성격을 개 때문에 붙잡는 게 좀 웃기긴 한데 진짜 그랬어요.

대신 힘든 건 더 힘들어요. 야간 끝나고 들어왔는데 졸려 죽겠는데 산책 가야 할 때, 솔직히 눈물나요. 대구 더운 날씨에 줄 잡고 멍때리면서 걷다가 내가 지금 뭐하나 싶고. 근데 또 얘가 밖에서 꼬리 살랑거리면서 냄새 맡는 거 보면 집에만 박혀서 썩던 제 모습이 더 서러워짐. 얘는 그냥 하루를 사는데 저는 맨날 버티기만 했구나 싶어서.

입양 후 변한 점 하나만 꼽으라면, 제가 제 감정에 취해 있을 시간이 줄었어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요. 예전엔 무너지면 끝까지 가라앉았는데 지금은 물그릇 채워야 하고, 배변 치워야 하고, 산책 나가야 해서 계속 현실로 끌려와요. 귀찮은데 그게 살려요 진짜. 그래서 요즘은 내가 얘 키우는 건지 얘가 나 데리고 사는 건지 모르겠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