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정기검진 다녀오고 좀 쎄게 혼났어요. 공복혈당이야 늘 신경 쓴다고 생각했는데, 식후가 생각보다 자주 튄다고 하더라고요. 회사 다니면 점심이 제일 문제인데 저는 맨날 바쁘단 핑계로 빨리 들어가는 메뉴만 찾았거든요. 국밥, 덮밥, 면류 이런 걸로요. 병원 갔다 오는 길에 괜히 그 말이 계속 맴돌아서 그날 저녁부터 밥 먹는 순서부터 바꿔봤습니다.

예전엔 배고프면 일단 밥부터 퍼먹었는데, 지금은 반찬 먼저 집어요. 집에서는 아내가 채소반찬 하나라도 꼭 꺼내주는데 예전엔 손이 잘 안 갔어요 ㅋㅋ 근데 진짜 먼저 먹고 나서 밥 먹으니까 들어가는 속도가 다르더라고요. 급하게 한 공기 비우는 일이 줄었어요. 별거 아닌데 저는 이게 제일 컸습니다. 병원에서 거창한 식단표 받은 것보다 이게 더 오래 가는 느낌이었어요.

회사 점심도 좀 바꿨어요. 완벽하게 도시락 싸고 그런 건 못 합니다. 현실적으로 그건 며칠 못 가더라고요. 대신 메뉴 고를 때 덮밥이랑 면은 제 쪽에서 먼저 빼고, 백반 먹으면 밥은 처음부터 조금 덜어냅니다. 예전엔 남기면 아깝다 싶어서 다 먹었는데, 이제는 먹고 나서 졸리고 목마른 게 더 싫어요. 오후 회의 들어갈 때 멍한 느낌 오는 날이 확 줄었어요. 이게 은근 기분 좋더라고요.

간식도 병원 다녀온 뒤에 딱 하나만 고쳤어요. 오후에 당 떨어진다고 쿠키나 달달한 커피 집어들던 버릇이 있었는데, 그 타이밍에 삶은 달걀이나 무가당 요거트로 바꿨습니다. 처음 며칠은 좀 서운했어요 ㅠㅠ 근데 단 거 한 번 당기면 그날 저녁까지 계속 당기더라고요. 저는 그게 제일 무서웠어요. 한 번 열리면 퇴근길 빵집까지 가게 되니까요.

아직도 잘하는 건 아닙니다. 회식 한 번 끼면 바로 흐트러지고, 주말엔 애들이랑 외식하다 보면 또 많이 먹어요. 그래도 병원 갔다 온 뒤에 적어도 뭘 고쳐야 하는지는 좀 선명해졌어요. 저는 운동보다도 밥 먹는 첫 10분을 바꾸는 게 제일 체감 컸네요. 괜히 진작 해볼걸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