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속이 너무 뒤집혀서 동네 내과 다녀왔어요. 아침부터 울렁거리고 배가 쥐어짜듯 아픈데, 괜히 버티다가 더 힘들어졌네요 ㅠㅠ 진료 보고 약 받아왔는데 의사쌤이 며칠은 자극적인 거 빼고 부드러운 걸로 먹으라 하더라고요. 원래 아프고 나면 입맛 없어서 대충 넘기는 편이었는데, 이번엔 그러면 더 축 처질 거 같아서 먹는 거 하나만 신경 써봤어요.
집 와서 제일 먼저 한 게 죽 끓인 거였어요. 막 거창한 건 아니고 쌀 불려서 아주 묽게 끓이고 소금도 거의 안 넣었어요. 처음엔 진짜 맛이 없어서 두 숟갈 먹고 싶지도 않았는데, 빈속으로 약 먹는 게 더 힘들어서 억지로 조금씩 먹었거든요. 신기한 게 한 번에 많이 먹는 것보다 반 공기 안 되게 나눠 먹는 게 훨씬 낫더라고요. 괜히 괜찮아진 거 같다고 양 늘리면 바로 더부룩해졌어요 ㅋㅋ
둘째 날엔 죽만 먹으니까 너무 허해서 계란찜을 엄청 부드럽게 해서 같이 먹었어요. 그때부터 몸이 좀 돌아오는 느낌이 있었어요. 저는 아프고 나면 이상하게 단 게 당기는데, 예전엔 그때 빵이나 달달한 커피 마셨다가 속 다시 망친 적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진짜 꾹 참고 미지근한 물이랑 죽, 계란찜만 갔어요. 심심하긴 한데 속이 조용해지는 게 느껴져서 괜히 안심됐네요.
셋째 날쯤 되니까 라면 냄새 맡고 미칠 뻔했는데 또 참았어요. 대신 바나나 반 개 먹어봤는데 그건 괜찮았어요. 저는 병원 갔다 오면 약만 잘 먹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 뒤에 뭘 입에 넣느냐가 더 오래 가는 느낌이었어요. 특히 속 예민해졌을 때 한 끼 확 먹는 거... 저는 그게 제일 별로였어요. 괜찮아진 줄 알고 평소처럼 먹었다가 다시 탈날 뻔해서요.
암튼 이번에 느낀 건 아프고 나서 며칠만이라도 먹는 걸 단순하게 두는 게 제일 편하다는 거였어요. 맛없어도 속 편한 게 최고더라고요. 지금은 거의 괜찮아졌는데도 매운 건 아직 손이 안 가네요. 그 며칠 고생한 거 생각나서 ㅠㅠ 괜히 욕심내지 말자는 생각만 남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