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다 보니까 제일 사람 약오르게 하는 게 사료더라고요. 광고는 다 번지르르하잖아요. 장에 좋다, 기호성 좋다, 눈물 줄어든다… 업이 영업이라 그런지 더 웃겨요 ㅋㅋ 말은 다 그럴싸한데 막상 집에 들여놓으면 애가 코만 박고 쓱 가버리면 제가 뭐가 됩니까ㅠㅠ

한 포 뜯을 때마다 괜히 기대해요. 이번엔 좀 먹어주겠지, 변도 좀 예뻐지겠지. 근데 아니요, 기막히게 며칠 잘 먹는 척하다가 또 안 먹어요. 그러면 남은 사료통 볼 때마다 속이 답답합니다. 비싼 거 샀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좋다는 원료 줄줄 적혀 있어도 애가 싫다는데 끝이죠 뭐.

더 짜증나는 건 제가 너무 의미부여하게 된다는 거예요. 오늘 덜 먹은 게 맛 때문인지, 컨디션 때문인지, 알 크기 때문인지 혼자 추리하고 앉아 있음 ㅋㅋ 아주 환자 보는 것도 아닌데 사료 앞에서는 매일 케이스 컨퍼런스입니다. 주변에선 예민하게 굴지 말라는데, 안 먹는 꼴 보면 예민 안 해질 수가 없어요.

그래서 이제 알겠더라고요. 사료는 남들 후기보다 우리 집 애 반응이 끝입니다. 성분표 읽다가 현타 오고, 유명하단 말에 혹해서 또 주문하고, 그짓 몇 번 하고 나니까 그냥 제 고집만 꺾였어요. 잘 먹고 배탈 없고 변만 멀쩡하면 그게 장땡이더라고요. 근데 또 며칠 뒤에 안 먹으면? 아 예 또 시작이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