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 날짜 잡아놓고 나니까 별게 다 신경 쓰이더라고요.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밥도 괜히 마음에 걸렸어요. 제가 눈이 이러니 포장지 글씨도 잘 안 보이고, 늘 먹이던 사료도 남은 양이 얼마 없어서 미리 하나 주문했는데, 배송이 늦는 바람에 급한 마음으로 동네 가게에서 다른 걸 집어왔어요. 작은 알갱이라 노령견용이라고 적혀 있던 것 같아서 그거면 됐지 싶었죠.
근데 그날 저녁부터 애가 밥그릇 앞에서 한참 냄새만 맡고 안 먹는 겁니다. 원래 식탐이 있는 애인데 뒤로 한 발 물러나서 저를 쳐다보더라고요. 제가 더 초조해져서 손으로 몇 알 집어 입 앞에 대주고, 물도 좀 부어보고, 닭가슴살 조금 찢어 섞어보고 별걸 다 했어요. 그러니까 그제야 억지로 먹긴 먹는데, 그 모습 보니까 제가 괜히 일을 만들었구나 싶어서 마음이 철렁했어요 ㅠㅠ
다음날 아침엔 변도 좀 무르게 봤습니다. 심한 건 아닌데, 평소랑 다르니까 제 쪽이 더 예민해진 건지 하루 종일 그것만 보게 되더라고요. 수술 앞둔 사람이 눈 걱정만 해도 정신없는데, 강아지 배까지 신경 쓰이니 진짜 혼났네요. 괜히 사료 성분표 들여다본다고 돋보기 찾고, 휴대폰으로 사진 찍어 확대하고 ㅋㅋ 제가 이 나이에 뭐 하는 건가 싶었습니다.
결국 원래 먹이던 사료 다시 받아서 예전 거랑 섞어 줬어요. 그제서야 밥 먹는 속도도 돌아오고 변도 다시 괜찮아졌습니다. 저는 이번에 딱 느꼈어요. 사람도 몸 상태 안 좋을 때 입맛 확 바뀌면 스트레스인데, 애들도 매일 먹는 밥 바뀌는 걸 싫어하는구나 싶더라고요. 특히 나이 있는 애는 더 그런 것 같고요. 저는 이제 웬만하면 떨어지기 전에 미리미리 챙기려고요. 괜히 제 불안한 마음 때문에 애 밥까지 흔들면 안 되겠더라고요.
수술 앞두고 별걸 다 걱정한다 싶으실 수도 있는데, 같이 사는 식구 밥 문제는 작지가 않네요. 밤에 불 꺼진 데서 졸졸 따라다니는 거 보면 더 마음 쓰이고요. 이번엔 사료 한 번 잘못 바꿨다가 제가 며칠을 더 뒤숭숭했네요. 나이 들수록 새로운 거 좋다고 덥석 바꾸는 건 못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