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강아지랑 보내는 하루가 진짜 더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이에요. 어릴 때는 산책 나가면 앞만 보고 냅다 뛰던 애가, 이제는 집 앞 화단 냄새 맡는 데도 한참 걸리거든요. 예전엔 답답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느린 걸음마저 괜히 애틋해지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숨 쉬는 소리부터 확인하게 되고, 밥 먹는 속도나 물 마시는 양도 은근히 보게 돼요. 이렇게 하나하나 신경 쓰는 게 좀 유난인가 싶다가도, 나이 든 반려동물이랑 같이 사는 분들은 다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특히 산책이 많이 달라졌어요. 전에는 오래 걷는 게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컨디션 괜찮아 보이는 날에 짧게 여러 번 나가는 쪽이 더 맞는 것 같기도 해요. 집에 와서는 발 닦아주고 눈곱 떼주고, 가끔은 빗질만 해줘도 되게 편안해하는 표정을 짓는데 그게 참 마음을 건드려요. 밤에는 잘 때 자리도 예전보다 더 신경 쓰게 돼서 푹신한 담요를 한 겹 더 깔아주고 있어요. 이런 게 엄청 큰 변화는 아닌데, 같이 늙어간다는 게 이런 건가 싶어요. 혹시 관절이나 기력 쪽이 신경 쓰이는 애들은 무리 안 시키는 생활습관이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가끔은 제가 너무 예민한 건지 헷갈릴 때도 있어요. 평소보다 조금 덜 먹거나 잠을 많이 자면 괜히 마음이 철렁하거든요. 그래서 혼자 넘기기보다 상태가 계속 이상하면 근처 ○○동물병원 가서 상담 받아보는 편이에요. 괜히 미리 걱정만 하는 것보다, 듣고 오면 마음이 좀 놓이더라고요. 다들 노견이랑 지내면서 제일 크게 달라진 일상 있으세요? 저는 요즘 사진은 덜 찍어도 눈으로 더 오래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엔 몰랐던 평범한 하루가 이렇게 귀한 건지, 나이 들고 나서야 배우는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