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같이 살기 시작했을 때는 애가 원래 얌전한 성격인 줄 알았어요. 막 뛰어다니는 스타일도 아니고, 혼자 창가에 오래 앉아 있고, 장난감 흔들어도 반응이 좀 늦는 편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냥 차분한 고양이구나 했어요. 오히려 조용해서 편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근데 어느 날부터 간식 꺼내도 예전처럼 바로 안 오고, 물그릇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는데 물은 많이 안 마시는 거예요. 화장실도 뭔가 애매했어요. 엄청 티 나는 건 아닌데 모래를 파는 횟수가 줄어든 느낌? 진짜 별거 아닌 변화라 저도 한참을 긴가민가했어요. 제가 예민한 건가 싶어서 며칠은 그냥 봤고요.
결국 병원 갔는데 방광 쪽 문제 있다고 해서 그때 좀 멍했어요. 막 쓰러진 것도 아니고, 밥을 아예 끊은 것도 아닌데 이미 불편했었던 거더라고요. 그 뒤로 제가 제일 크게 바뀐 건 귀여운 행동보다 화장실이랑 물 마시는 양을 먼저 보게 된 거예요. 사료 뜯는 소리에 달려오는지, 쉬야 덩어리 크기가 어떤지, 모래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는지 이런 거요. 되게 생활적이고 사소한데, 그게 제일 빨랐어요.
저는 예전엔 고양이 키우면 장난감이나 캣타워 같은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ㅠㅠ 평소랑 다른 미세한 변화 알아차리는 게 훨씬 중요했어요. 말 못 하는 애라서 더 그렇고요. 지금도 가끔 멀쩡해 보여서 방심할 때 있는데, 그때 병원 다녀오던 날 생각하면 화장실 모래 치우는 시간이 괜히 대충 안 넘어가요. 귀찮아도 그게 제일 확실했어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