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데리고 소아과 가면요, 평소엔 저도 나름 침착한 아빠인 척 하거든요. 회사에서 병원도 맨날 다니고, 의사 선생님들 만나는 게 일이다 보니 이런 분위기 안 낯설다고 혼자 뻐기면서요. 근데 막상 우리 애 검사 들어간다 하니까 그게 하나도 소용이 없더라고요. 채혈 한 번 하는데도 제가 더 긴장해서 손에 땀나고 ㅋㅋ 괜히 애한테 “아빠 금방 끝난대” 이러는데 목소리부터 좀 떨렸습니다.
애는 들어가기 전까진 괜찮았어요. 장난도 치고, 스티커 붙은 거 보겠다고 까불고. 그러다 막상 흰 장갑 끼는 거 보고 표정이 싹 바뀌는데, 아 그때 좀 찔렸습니다. 미리 겁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전날부터 “조금 따끔할 수도 있어~” 이런 말을 해놨거든요. 좋자고 한 말인데 애 입장에선 그 한마디가 계속 걸렸겠죠. 저를 한번 쳐다보는데, 믿고 따라왔는데 왜 이런 데 데려왔냐 그 눈빛 있잖아요. 그게 생각보다 오래 남네요.
검사 자체는 진짜 금방 끝났습니다. 울긴 울었는데 세상이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고, 끝나자마자 또 금세 진정하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더 오버했습니다. 간호사 선생님이 애보다 아버님이 더 힘드신 것 같다고 웃으시는데, 민망해서 “제가 원래 서비스 정신이 과해서요” 하고 넘기긴 했습니다만 속으론 뜨끔했죠. 쓸데없이 머릿속으로 별의별 상상 다 해놓고, 기다리는 동안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네요.
검사 결과 듣는 시간보다 저는 그 과정에서 든 생각이 더 컸습니다. 애는 생각보다 씩씩했고, 저는 생각보다 겁이 많더라고요. 남들 애기 들을 땐 담담한 척 말 얹기 쉬운데, 내 새끼 앞에선 그런 거 다 벗겨집니다. 그래서 그날 이후로는 애 병원 데려갈 때 괜히 아는 척 덜 합니다. 모르면 모른다 하고, 무서우면 같이 무섭다 하고요. 이상하게 그게 더 낫더라고요.
집 와서는 검사했다고 유세 떠는 녀석한테 아이스크림 하나 물려줬습니다. 본인이 세상 큰일 해낸 줄 알고 어깨가 올라가 있는데, 뭐 그날만큼은 인정해줘야죠. 솔직히 그 작은 팔 붙잡고 있던 저는 아직도 좀 마음이 불편합니다 ㅠㅠ 다음엔 덜 티나게 떨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